지난 6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한 당협위원장들이 김기현 당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이 얼마 전 3년 만에 실시한 당무감사 이후 계속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직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원협의회가 여전히 상당수인 데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상 하위권에 든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에 대해선 내년 총선 컷오프(공천 배제) 권고 조치까지 내려져서다. 실제 컷오프가 이뤄질 경우 사고 당협은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80여곳에 달하게 된다. 각 당협에선 이런 사고 당협 규모에 대해 “이례적이다”라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낙하산 공천’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데에 촉각이 곤두 서고 있는 셈이다.

기존 사고 당협 방치 후 컷오프까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총선 컷오프 권고를 내린 대상은 전체 감사 대상인 204곳 당협 중 하위 22.5%인 46곳 당협의 조직위원장이다. 당무위는 지난 11월 27일 일련의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12월 중 발족하는 공천관리위원회에도 공천 기초 심사 자료로 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당무위는 구체적인 감사 결과나 컷오프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현역의원 이름이 열거된 총선 컷오프 명단이 정보지 형태로 유포되는 등 온갖 구설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만큼 내용이 민감한 데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협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인사들이 이와 함께 주목하는 건 46곳 당협위원장들이 실제 물러날 경우 발생할 전체 사고 당협 규모다. 국민의힘 중앙당 설명에 따르면,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의 구체적인 수와 정보는 원칙적으로 내외부에 공유되지 않는다. 당협위원장 인선이 시시각각 이뤄져 실시간 취합이 어려운 데다 관련 내용은 보안이 필요한 당 내부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사고 당협 수는 최근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 등을 보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 전체 당협은 총 253곳이다. 당이 가장 최근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 인선을 실시한 건 지난 8월이다. 당시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사고 당협 36곳에 대한 조직위원장 공모를 실시해 10곳 당협의 조직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조직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26곳의 당협은 또다시 사고 당협으로 남아야 했다.

이 사고 당협 수는 당무감사 전후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당무감사위는 감사 당시 총 253곳의 당협 중 앞서 조직위원장 인선이 이뤄진 당협과 사고 당협 등을 포함한 총 49곳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조직위원장 인선이 이뤄진 당협이 10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사고 당협은 앞서의 49곳에서 10곳을 제외한 39곳인 셈이다.

만약 12월 중 출범할 공관위가 당무감사위의 컷오프 권고안을 받아들여 46곳의 하위권 당협위원장에 대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총 사고 당협은 현재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39곳을 포함해 85곳으로 늘어난다. 예상되는 총 사고 당협 규모만 보면,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용산이나 당 지도부에서 ‘자기 사람’을 내리꽂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평이 적지 않다. 통상적이라면 당무감사로 컷오프를 하기에 앞서 지난 8월 기준 사고 당협인 26곳에 대한 재정비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 각 당협에서 나오는 말이다. 경기도권의 한 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지난 8월 공모 당시 약 190여명이 각 당협에 지원했는데 이 중 10명만 당협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나머지 당협은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2월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김기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hoto국민의힘

“용산과 당이 당협 주고받는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 8월 말 당협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26곳의 사고 당협을 중심으로 이미 당정 관계자들의 출마설이 파다하다는 점이다. 26곳의 사고 당협은 구체적으로 서울의 강북을·은평갑·서대문갑·서대문을·마포갑·관악을, 경기의 성남중원구·성남분당을·의정부갑·광명을·안산상록을·고양을·남양주병·오산시·파주갑·화성갑·화성을, 부산의 북강서갑, 인천의 남동갑·서구갑·서구을, 대전의 유성갑, 울산의 북구, 강원의 원주을, 경남의 김해갑, 제주의 제주을 등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의정부갑이다. 의정부갑에는 지난 여름부터 대통령실의 전희경 전 정무1비서관 출마설이 제기됐다. 전 전 비서관은 의정부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지역 연관성이 없는 데다 무엇보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20년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당협위원장, 2022년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을 수시로 바꿨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에선 반대 목소리가 앞섰다. 의정부갑 당협위원장 공모 당시엔 10명이 넘는 인사가 지원했었는데, 당에선 그 누구도 뽑지 않았다. 의정부갑이 사고 당협 상태를 계속 유지해온 상태에서 최근 전 전 행정관은 의정부갑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지역에선 사실상 당이 전 전 비서관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당협을 넘겼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전 전 비서관은 김기현 당대표가 2021년 원내대표 시절 비서실장직을 맡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의정부 지역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용산발이기보다는 당대표발 인사일 수도 있다”며 “용산이랑 당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당협을 채우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 또한 전권을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원주을에선 김완섭 기획재정부 2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박성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등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4명의 인사 모두 원주를 고향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 차관은 또 다른 사고 당협인 오산시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원주을 또한 지난 8월 당협위원장 공모에 8명의 인사가 지원했지만, 그 누구도 뽑히지 못했다.

또 다른 사고 당협인 성남 분당을의 경우 부산 지역 재선 의원 출신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출마를 검토하는 곳이다. 김 전 수석의 경우 기존 지역구였던 분당갑에 현역으로 있는 안철수 의원을 피해 분당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포갑은 18대 국회 지역구 의원이었던 대통령실의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의 재출마설이 돌던 곳이었다. 다만 강 전 수석은 현재 출마 지역구를 충남 홍성·예산으로 바꾼 상황이다. 관악을은 민주당 측에서 조국 전 장관이 출마할 시 ‘자객공천’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다. 각 당협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사고 당협들 위주로 각종 출마설이 제기될 거란 목소리가 많다.

출렁이는 영남권… 컷오프 노리는 이준석

당협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당무감사에 따른 컷오프 권고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했듯 컷오프 권고 당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내 인사들은 주로 영남권에 몰려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이 총선을 앞두고 낙하선 공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갈이를 필요로 할 시 그 대상은 결국 텃밭을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9명 중 영남권 의원은 절반 이상인 56명이다. 무엇보다 이미 영남권은 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총선 물갈이론’의 대상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정치 경력이 전무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에 자기 사람을 들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영남권을 활용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현역의원이나 총선 출마 예정자들도 항상 이 점을 우려해왔다.

더군다나 당무감사위에선 “현역의원의 경우 정당 지지도에 비해 개인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 문제가 있음을 당 공관위에 권고하겠다”고도 밝힌 상황이다. 지지율 차이 기준으로는 15~20%를 제시했는데, 이 또한 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영남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TK와 P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50%, 40% 전후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호남을 제외한 여타 지역이 30%대를 기록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당무감사 결과에 따른 컷오프 권고 방침이 공개됐을 당시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이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남권 의원 56명 중 초선의원은 절반인 28명에 달한다. 만약 영남권 초선의원들이 실제 물갈이가 될 경우 이들은 중진 의원들과 달리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으로 넘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이 전 대표가 6~7명의 TK 현역의원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이 전 대표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 신당 계획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은 “이준석 신당에 대한 기대나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이준석 신당이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얻고 바람을 탄다면 국민의힘을 앞지를 수 있다는 계산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당정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올여름부터 당 내부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질 수 있다는 지표가 다수 확인됐고, 이것이 지금과 같은 대대적 물갈이의 신호탄이 됐을 거란 점이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내년 총선 여론조사를 돌렸었는데 충청도조차도 국민의힘이 4석 정도만 갖고 나머지는 민주당이 석권한다는 결과가 나왔었다”며 “우리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이 결코 쉬운 선거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전국 253개 당협을 상대로 각각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국민의힘이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필패한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물갈이만이 ‘혁신’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당의 물갈이 시도가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란 평이 많다. 영남권 당협위원장이 주로 현역의원들로 채워졌다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수도권에는 원외 인사가 대다수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인사를 선출해야 하는데, 총선까지 4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참신한 인물을 찾기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역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40%대의 높은 물갈이 비율을 보인 건 지난 19대 총선과 21대 총선이었다.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론조사 등을 통한 ‘현역의원 하위 25% 컷오프’ 규정을 앞세워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물갈이 비율은 47.1%였다. 그 결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을 얻었다. 물갈이 후 친박 공천에 대한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친박·친이계 인사들을 골고루 공천해 당내 갈등을 피한 덕이었다. 물갈이를 하더라도 이후 공천이 특정 계파 밀어주기 식으로 비쳐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 외부에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이 공천 탈락자들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1대 총선 당시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대대적인 중진 험지 출마, 영남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44.6%의 물갈이 비율을 기록했다. 이때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선거 정국인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기존의 현역의원들이 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때그때마다의 정치적 상황부터 숙고해야 한다”며 “물갈이만이 혁신이고 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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