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은 지난 2018~ 2022년 시장 재임 시절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치·행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 결과 경기도로부터 수차례의 감사를 받은 데 이어 각종 송사에도 휘말렸다. 지난해에는 지자체장임에도 불구하고 법정 구속까지 됐다. 그가 임기를 다 채우고 내려오자 헌법재판소는 당시 남양주시를 상대로 경기도가 진행한 일부 감사에 대해 “지방자치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 전 시장이 받은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도 내려졌다.
이런 조 전 시장을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영입인재 1호로 영입한 뒤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직에 내정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7일 조 전 시장은 내년 총선 경기도 남양주병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치권에 복귀했다. 여의도연구원 첫 출근 다음 날인 지난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조 전 시장은 “이재명 대표가 군림한 민주당의 정치 생명은 이제 끝났다”며 자신의 지난 정치적 역경과 총선 출마 배경, 의지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방 자치사에 남은 이재명의 권리 침해”
조 전 시장은 국민의힘 입당 이유부터 말했다. “선비는 그 선비의 가치를 알아주는 데에서 일해야 한다. 민주당은 나를 버렸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오롯이 스스로 감내해야겠지만, 그때 당시 내가 버림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를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5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입당을 권유했고 더 나아가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서 총선 승리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나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는 판단이 섰다.”
조 전 시장이 말하는 이 대표와의 갈등은, 지난 코로나19 확산 당시 남양주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이 대표가 역점 사업으로 삼은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정치적 이견을 보이며 깊어지기 시작했었다. “재난기본소득만 보면 대표적인 포퓰리즘이자 합법을 가장한 매표 행위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아쉬운 건 당시 재난기본소득을 하위 계층 50%로 한정하지 않고 시민 전체에 지급한 점이다. 상위·중산층 계층에는 얼마를 주든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었다. 어쨌든 도에선 이견을 존중하지 않았고, 일종의 보복 감사로 대응했다.”
당시 남양주시가 경기도로부터 받은 종합감사 및 특별조사만 수십여 차례에 이른다. 조 전 시장은 이에 “지방자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총 3건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 중 2건을 인용하며 남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도는 위임 사무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있지만, 각 지자체 자치사무에 대해선 감사할 수 없다. 그건 시의회의 역할이다. 또 법적 문제가 의심되면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다. 경기도의 유례없는 감사, 이에 대한 최근 헌재 판결은 지방공무원들의 가이드라인이자 지방자치사의 일대기적인 기록이 될 거다.”
조 전 시장은 그가 경험한 이 대표의 도정에 대해 “감사권과 인사권으로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했다”며 “한마디로 굉장히 강압적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선 “SPC”라는 단어로 축약해 정의했다. “S의 쇼잉(Showing·보여주기), P의 포퓰리즘, C의 치팅(cheating·거짓말)을 말한다. 이 3가지로 정치를 하고, 지난 경기도에 이어 지금의 당을 이끈다고 본다.”
이 대표의 민주당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지적을 내놓았다. “이 대표가 대선에 패배한 후 계양을에 출마, 당대표 선출에 이어 방탄 국회 실시, 이후 이뤄진 대의원제 폐지와 당원 영향력 확대까지, 이에 제동을 거는 실질적인 시도는 없었고 오히려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만 보였다.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말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 ‘잘난 척’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미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 당에 남은 건 ‘잘난’ ‘비겁한’ ‘미친’ 사람 등 3가지 부류뿐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30년 넘게 몸담은 민주당을 떠나는 데엔 아쉬움이 없다는 것이 그의 소회다. “아쉬움은 내가 이래선 안 됐다는 식의 일말의 도덕적 자책이 있을 때 느끼는 거다. 지금으로선 다소 어색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아쉽지 않다.”
조 전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 지역구로 남양주병을 선택한 이유도 앞서의 배경들에 있다고 한다. “나는 이재명 저격수가 아니다. 다만 이재명이란 사람의 실체를 모르고 지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내가 경험한 사실을 강조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어리석음을 앞장서 보이는 정치인이 다름 아닌 내가 시장으로 있던 남양주의 병에 있지 않나. 친명계 김용민 의원 말이다. 그와 맞붙는 게 나의 소임이라 생각했다.”
“2개월의 수감 생활, 정치적 자산 됐다”
조 전 시장이 시장 재임 시절 기소된 혐의는 크게 남양주도시공사 감사실장 채용 관여 혐의(업무방해), 지난해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 출마한 특정 후보를 지원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이다. 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의 원심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다.
“당초 업무방해 혐의로 날 고소한 장본인 또한 이 대표였다. 일련의 법정 시시비비를 가르는 모든 과정에 이 대표의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이 결국 박탈됐지만,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여기에는 나의 정치적 올곧음과 가치를 인정한 현 정부의 뜻도 담겼다고 본다. 국민의힘 입당, 그리고 총선 출마의 또 다른 이유다.”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선 지난해 2심 재판 과정에서 2개월간 법정 구속되기도 했는데, 조 전 시장은 “당시의 경험이 고통스러웠지만 정치적 자산도 됐다”고 한다. “당시 나의 혐의는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당원 379명을 나의 주변 사람들이 모집한 거에 내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데에 있었다. 현역 지자체장임에도 도망갈 우려가 있다고 구속까지 했다. 최종판결도 그렇고 모종의 선입견이 작용했다고 본다. 교도소에선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해 2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그때 경험한 것이 많다. 많은 곳으로부터 위로의 서신을 받았고 상처와 분노, 좌절, 희망, 용기 등의 온갖 감정의 교차에서 깨달은 것이 많다.” 조 전 시장은 내년 1월 5일 그의 네 번째 저서 ‘으랏차차’ 출판기념회를 여는데 이 책에 수감 생활 당시의 소회가 세세히 담겨 있다고 한다.
조 전 시장은 지난 12월 7일 남양주병 출마 기자회견 당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확대’ ‘수석대교 6차선 원안 추진’ ‘대학병원 유치’ ‘팔당댐 상수원 취수구 상류 분산 이전’ 등 다양한 지역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특히 “행정구조 개편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분도에 이어 이제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의 쟁점까지 떠올랐다. 일련의 행정구조가 국가 경쟁력 제고와 국민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앞장서겠다.”
그는 또 “시장 재임 당시 왕숙신도시와 GTX-B노선 유치, 지하철 9·8호선 연장, 계곡 정비 등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못다 한 게 있다”며 “국회에서 남양주라는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더 큰 발전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포부도 밝혔다. “현재 보수와 진보라는 두 기관차가 핵심 부품의 불량으로 완전히 전복됐다. 진보는 이 대표 때문에, 보수는 보수의 가치를 국민 눈높이에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 몸담은 보수 진영에서 공감의 깊이와 폭을 넓혀 국민 고통부터 덜어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