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되자,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의 ‘선거용 장관 차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석 달 만에 총선에 차출돼 교체됐는데, 한 전 장관은 이날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임했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들어 총선 출마를 위해 국회로 돌아가려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포함해 이미 여덟 부처 장관 교체 인사를 한 터라 선거 차출용 장관 교체 인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검사·경찰 출신으로 구성된 여권 수뇌부가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는 말도 나왔다.
한 전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다고 발표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하고 장관직을 사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지만, 후임 법무 장관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노공 차관이 당분간 장관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법무부 안팎에선 이민청 설치와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등 한 전 장관 재임 시절 법무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 과제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당 내부에서는 총선용 장관 차출이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취임 3개월도 안 된 방문규 장관을 경기 수원에 출마시키려 후임 인선을 발표했는데, 나흘 뒤 한 전 장관이 여당의 총선 지휘를 위해 내각을 떠났다”며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장관들을 동원하는 인상을 주면서까지 당으로 차출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한 전 장관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선 출마를 위해 개각 대상에 포함된 장관은 추경호(기획재정부)·박진(외교부)·박민식(국가보훈부)·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원희룡(국토교통부)·이영(중소벤처기업부)·조승환(해양수산부) 장관 등 8명이다.
국민의힘에선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당 지도부가 ‘검·경’ 일색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한 비주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가장 아끼던 후배인 한 전 장관이 여당 대표를 맡고, 당대표와 호흡을 맞출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모두 경찰 출신이라 ‘검경 합동 수뇌부’라는 말이 나올 판”이라며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검경 이미지가 당정 관계에 덧씌워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반면 한 친윤계 의원은 “지금은 비상 상황이고 한 전 장관이 비상대책위원과 임명직 당직자 인선에서 여러 직역과 세대 인사들을 발탁해 다양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