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오는 26일 정식 임명되면 세 가지 난제를 만나게 된다. 27일 ‘이준석 전 대표 탈당’, 28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29일 ‘비상대책위원 인선’이 차례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세 과제 모두 ‘여권 통합’ ‘당정 관계 변화’ ‘세대교체와 혁신’ 여부를 가늠할 중요 현안들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취임 다음 날부터 사흘 연속 풀어야 하는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를 조기에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이 전 대표 문제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예고된 사안이지만 이 전 대표가 정말 탈당을 한다면 여권에는 큰 악재”라며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의 ‘회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의 요구 조건을 맞춰줄 수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전 대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총선 지휘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권 지지자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는 이런 조건은 애초에 한 전 장관이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과 없는 만남이 뻔한데 한 전 장관이 무리해서 만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한 전 장관과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한 전 장관과 만난다고 해서 뭔가를 기대하거나 결심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처음 맞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 법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 전 장관이 기존 당정의 입장을 반복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며 “다만 (야당의 특검법은 총선 기간에) 선전 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독소 조항 제거’와 ‘총선 후 추진’을 조건으로 수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전 장관은 성탄절 연휴 기간에는 서울 모처에서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장관은 오는 29일 비대위원 인선을 마치고 비대위를 출범한 뒤 새해 첫날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가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한 전 장관이 586 운동권 중심의 민주당에 맞서 70·80·90년대생 위주의 ‘789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하태경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낡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당을 이끌어야 우리 당도 살고 한동훈 비대위도 성공할 수 있다”며 “789세대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되 새로운 시대정신을 잘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전 세대라도 중용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사흘 동안 난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향후 총선을 지휘하는 여당 사령탑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비대위원장에 임명되면 일주일은 오로지 ‘한동훈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기간에 어떤 메시지를 내고, 어떤 어젠다를 제시하고, 어떤 인선을 하느냐가, 앞으로 그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한 전 장관과 국민의힘이 여론을 호도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는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