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월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음식점에서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하루 전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용기와 헌신’을 강조하며 자신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던 지난 12월 2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이 전 대표는 한동훈 위원장 체제에 대한 솔직한 심정과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의 총선 목표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굉장히 겸손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나라를 위해 개헌선이 뚫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표가 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창당하는 신당은 “교섭단체를 만들어 보수의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 위원장과 ‘함께할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준석이 신당을 하는 것은 ‘사실 국힘이 당겨주길 바라는 것’이라는 생각은 일부 보수 유튜버의 주장”이라며 “나는 어떤 움직임을 할 때 한 번도 철회하거나 돌아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향후 신당의 세력 확대와 관련해서는 “천아용인 가운데 김용태(전 최고위원)를 빼놓고 다 한다고 그랬다”며 “현역 의원들은 (국민의힘) 공천제도가 확립되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공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그 절차와 결과에 불복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비례정당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신을 포함해 “이미 출마자 검증을 ‘팀’에서 하고 있고 내일 당장 출마할 수 있는 지역구 후보 45~50명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는 잘해 보자고 이야기하면 어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본인이 이준석에게 해놓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말도 안 꺼낼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 한동훈 위원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면 성공일까. 총선 과반을 만들면 성공일까. "(과거) 기대치에 비해 얼마나 잘했느냐가 항상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탄핵 역풍을 맞았던 17대 총선에서 개헌선이 뚫릴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박근혜'라는 그 당시에는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를 세우는 파격을 통해 121석을 차지했다. 한 위원장은 굉장히 겸손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개헌선이 뚫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면 현실적일 수 있다."
-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가이드를 주는 것인가. "마치 검사(여당)와 피의자(야당) 관계처럼 설정하고 승리를 위해 달려 나가면 '9회말 투아웃'에 계속 홈런 헛스윙만 하고 끝나게 된다. 홈런 치려고 헛수고 하다가 그냥 세 번 휘두르고 끝날 수 있다. 점수 차가 큰 '9회말 투아웃'에서 이기려면 주자들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굉장히 겸손하게 플레이해야 그것이 가능해진다. 목표가 겸손해야 한다. 나는 교섭단체를 만들어 보수의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한다."
- MB 심판론이 나왔던 19대 총선 당시의 박근혜와 지금의 한동훈은 다르다고 생각하나. "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와 대척점을 세웠다. 18대 총선에서 친박계는 공천학살을 당했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탄압받은 서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등장하니, '박근혜는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심이 있었다. 근데 윤석열 정부는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한동훈이다. 그러니 박근혜가 아닌 '6·29 선언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거다. 쿠데타의 동지였던 노태우가 전두환에게 뭘 제안하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다시 전개될 수 있다고 시나리오처럼 얘기한다). 근데 그때(전두환 정권)는 언론이 다변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통 큰 결단처럼 보이게 하면 그렇게 미화가 되던 시절이었다."
- 만약 한 위원장이 이준석을 껴안아서 '보수 결집'을 노린다면 같이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보수 유튜버들은 내가 외롭고 포섭당하고 싶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한다. 그런 세계관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런 얘기들은 이준석이 신당을 한다고 하니 사실은 당겨주길 바랄 것이라는 짐작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는 어떤 움직임을 할 때 한 번도 철회하거나 돌아간 적이 없다. 당 대표 나간다고 하니 '간 보러 나온다'고 했지만 끝까지 갔다. '윤 대통령과 척지는 척하면서 결국 나중에 가서는 손 내밀겠지'라고들 했으나 난 그런 것 없었다. 진심으로 보수와 대한민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이야기했고, 그러다 보니 이 보수정당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거다. 한 위원장과 만나도 덕담 정도지 내가 무슨 설득될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한 위원장을 설득할 것도 아니다. (만나더라도) 의례적인 덕담이 될 것이다. 협상하거나 조건을 걸거나 할 이유가 없다."
-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보수의 기존 문법으로 이야기하면 '네가 당에 계속 있고 이번에 조금만 참으면 다음엔 젊으니까 너의 세상이다'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먹고살아온 분이 원희룡 전 장관 같은 사람 아닌가. '넌 아직 젊으니까 기다려. 한 50~60대 되었을 때 다 길을 열어줄 거야' 했지만 제주지사로 유배 보내지 않았나.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진들이 무조건 제주지사 가라고 할 때 (원희룡은) 끝까지 안 가려고 했다. 각광받는 정치인으로 쭉 중앙 정치권에 있었으면 원내대표도 하고 당 대표도 한 번 했을 거다. 젊은 사람에게 '너는 젊으니까 기다려' '너는 젊으니까 다음이 있잖아' '왜 이번에 나서려고 그러니' 하는 서사는 이제 '꼰대 서사'에 가깝다."
- 한 위원장과 만나기는 하겠지만 "기대는 없다"고 했다. 왜 기대가 없나. "한 위원장이 왜 정치하는지 궁금하다.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승진하고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의 선택으로 그냥 됐다. 난 이런 서사를 본 적이 없다."
- 한 위원장이 용산하고 독립해서 자기 정치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나. "이렇게 묻고 싶다. '나랑 김기현 전 대표는 뭐가 그리 대단한 (자기) 정치를 했다고 우리를 내쫓으려고 했냐'는 질문이다. 나는 혁신위 만들겠다고 한 거밖에 없고 김 전 대표는 경선 시켜준다고 얘기한 죄밖에 없다. 한동훈은 뭐 다른 신분의 사람이기에 차별화할 수 있느냐는 거다."
- 한동훈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순간 이준석·김기현처럼 된다는 건가.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다르면 그것 자체가 모순이다."
-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보수가 비주류인 세상이 왔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 60대 이상 의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뭉치면 이기지 않느냐'라는 단순한 전략밖에 없다는 거다. 근데 보수가 역대 최고로 뭉친 것이 황교안 대표 때인데 처참하게 졌다. 나처럼 1980년대생만 하더라도 주류는 보수였고, 민(民) 자가 들어가는 민주당, 민변, 민주노총 이런 쪽이 저항하는 세력으로 비쳤다. 하지만 요즈음 20대는 다르다. 시위란 태극기를 든 할아버지들이 박근혜 석방을 외치면서 광화문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시위라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기 뜻을 관철하기 어려울 때 하는 거다. 이제 시위하는 비주류가 보수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왜 겨우 이겼고 지금은 폭망하고 있느냐를 깨닫지 못한다. 나는 이게 중요하다고 본다."
- 김건희 여사 특별법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일부 수정하는 것은 어떤가. "안 미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민주당이 바꿔줄 리가 없다. 그걸 해달라(수정해 달라)는 거는 좀 봐달라고 하는 거다. 그렇게 되려면 민주당에 대한 사정정국도 풀어줘야 한다. 민주당이 안 그러면 왜 해주겠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과 상식이다. 민주당도 때려잡고 특검도 해서 김건희 여사도 명명백백히 수사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친인척을 봐주었다고 역풍이 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한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와이프에 대한 수사를 막으면 이해충돌이라는 건데, 이해충돌 맞는 것 아닌가."
-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함께할까. "천아용인 가운데 김용태(전 최고위원)를 빼놓고 다 한다고 그랬다. 현역 의원들은 (국민의힘) 공천제도가 확립되면 그때 움직일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신 소통은 굉장히 자주 하고 있다. '움직일 때가 되면 움직이겠다'고 한다."
천하람 변호사(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는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가칭)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탈당했다.
- 결국 국민의힘 공천을 못 받으면 신당으로 올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런 것도 '인지상정'이다. 신당이 과연 어느 정도의 품과 지지율을 보이느냐를 볼 것이다. 사실 당을 옮긴다는 건 정치인에게 상당히 큰 선택이다. 나야 그런 부담 없이 빠르게 움직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 돈 없이 정치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당 대표를 해봐서 당에 무슨 조직이 필요하고 돈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쓰이는지 알고 있다. 지금 당들은 주인이 없다. 당 대표 임기가 2년인데 돈을 아껴 쓸 이유가 없다. 다들 허투루 쓰는데 내가 대표 할 때는 많이 아꼈다. 보통 당이 쓰는 것에 비해 10분의1 이하의 비용으로 당 운영이 된다고 본다."
- 새로운 인재도 영입할 텐데 이준석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메일 등으로 연락이 오고 있다. 지난번 구글폼으로 신당에서 출마하고 싶은 자원을 모아보니 1400명 정도가 모였다. 나도 냉정한 사람이니까, 이 중에서 현역 국회의원들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사람들이 한 3% 정도 된다고 본다. 보통의 출마자와 비슷한 수준은 7~8% 규모다."
- 이력을 보면서 지역구 출마자를 검증하고 있나. "아예 팀이 있어서 그걸(출마자 검증) 계속하고 있다. 출마 지역이 겹치는 것을 고려해도, 당장 내일 선거를 한다고 해도 45~50명 정도의 후보가 비례가 아닌 지역구로 준비되어 있다."
- 민주당 지지자도 비례는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골수 민주당 지지자는 그렇지 않겠지만, 과거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지금 민주당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이탈할 것이다."
-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굉장히 안 좋을 것이다. 역대 최악일 것이라고 본다."
-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도울 생각은 없나. 윤 대통령이 ‘앞으로는 잘해 보자’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본인이 이준석에게 해놓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말도 안 꺼낼 것이라고 본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범죄자는 안 만나겠다’고 하다가 ‘신년에는 만난다’고 그러잖나. 1년 전에 그랬으면 ‘쿨하네’라고 하겠지만 지금 와서는 ‘많이 힘들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