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민주당 소속의 최성 전 고양시장, 김윤식 전 시흥시장,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뉴시스

“사실상 ‘검증’이 아닌 ‘심판’이다. 당의 시스템이 무너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로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나란히 내놓은 비판이다. 최 전 시장과 김 전 시장은 지난 12월 19일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과 함께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이의신청까지 제기했지만, 이 또한 22일 기각됐다. 최 전 시장은 국회의원 1선에 고양시장 2선, 그리고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참여한 바 있다. 김 전 시장은 시흥시장 3선, 이 전 구청장은 구청장 2선 등을 역임했다. 이미 정치권과 지역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받은 데다 두터운 정치경력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당은 이들이 총선에 출마할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세 전직 지자체장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최 전 시장은 경기 고양을, 김 전 시장은 경기 시흥을, 이 전 구청장은 서울 동작갑을 택했다. 각각 한준호 의원,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검증위원장 겸 수석사무부총장이 지역구 의원으로 있는 곳이다. 이들 모두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며 당 총선기획단에 소속돼 있다. 한 의원은 당 홍보위원장 등도 맡았었다.

당은 “절차상의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최 전 시장과 김 전 시장, 이 전 구청장이 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 및 이의신청 기각을 받기까지의 과정, 이유 등을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성탄절 연휴 다음날인 지난 12월 26일 당의 예비후보 검증과 관련해 최 전 시장, 김 전 시장과 따로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문답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당에서 지적한 총선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 이유는 무엇인가.

최성 전 고양시장(이하 최) "한마디로 '당정협력 일절 불응'이었다. 당의 결정이나 당론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한다. 이에 2014~2018년 고양시장 역임 당시 당정협의회 결과와 의원별 협치를 통한 주요 예산 및 정책 현황자료를 제출했었다. 400여개의 사례가 담겼다. 당정협력에 불응했다는 판정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적격 판정의 구체적 근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당규에서 정하는 공직후보자 부적격 심사기준에는 제명, 당원자격 정지, 뇌물, 알선수재, 병역기피, 음주운전 등이 명시돼 있는데 어느 하나 위반한 것 또한 없었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 (이하 김) "'경선 불복죄'라고 하더라. 지난 21대 총선 당시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경기 시흥을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뒤바꾼 것에 대해 반발한 바 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거다.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실제 시흥을을 경선 지역으로 결정했다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 의결 없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한 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당을 상대로 가처분신청, 민사소송을 제기했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대로 끝났다. 재판 기록상에는 당 최고위의 자의적 의사결정 과정이 담기기도 했다. 민사소송의 경우 가처분신청과 달리 경선 불복이 아닌 선거 비용을 보전해달라는 취지였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김봉호 변호사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문제제기를 했는데, 김 변호사는 적격 판정을 받고 나는 부적격을 받았다."

이들은 부적격 판정을 두고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이의신청처리위원회에 이의신청도 제기했지만 이 또한 기각 처리됐다. 이와 관련한 사유 또한 전무했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 진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경선까지 가면 복잡해지니 자기네들한테 도전적인 후보를 자격심사에서 아예 싹을 잘라버린 것이란 말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있는 한준호 의원 개인에 대해 왈가불가하고 싶지 않지만, 오히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명단에 든 한 의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청년비하' 현수막 논란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밖에 각종 막말 논란, 비위 혐의를 사고 있는 의원들도 모두 적격이다."

"본질은 5선 조정식 의원의 유력한 경쟁자를 날린 데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까지 두 번이나 연이어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초반 길목을 자기네들이 장악한 거 아니겠나. 검증이 아닌 심판자 역할을 했다."

- 일련의 당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비민주적이라고 본다. 지난 선거에서의 내 사례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은 공관위와 최고위가 서로의 결정을 의결하고 견제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고위가 결정하면 그걸로 끝난다. 현 선거의 경우 당만 생각하면 친명·비명 프레임을 되도록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데, 내용상 그 잣대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당내에 '당정협력 불응죄' '경선 불복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사실상 북한의 수령 체제와 다를 게 없다. 정당의 시스템은 합리성과 공정성에 기반해야 하는데 지금의 당에는 이런 것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 하더라도 교묘하게 오작동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이 공정한 공천 필요성을 거론하지 않았나. 당 어른들이 걱정돼서 이야기하면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통합·화합 등을 언급하지만 그 어떤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

- 민주당 공관위원장 인선은 어떻게 이뤄질 것이라고 보나.

"중립적 인사 인선으로 공정하게 할 수 있다고도 본다. 다만 당 지도부를 비롯해 모든 당직이 친명 일색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당 운영 행태를 보면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관심 없다."

이들과 함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은 따로 연락이 닿진 않았지만 지난 12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열렬히 응원해주신 주민 여러분, 송구합니다. 저의 승리를 위해 함께해 주신 분들께 무한한 빚을 갚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예비후보 심사를 비롯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당 인사들이 향후 이낙연 전 대표 신당 행보에 힘을 실을 거란 시선이 많다. 이미 최 전 시장은 이 전 대표 신당 합류를 선언한 상황이다. 지난 12월 28일 개최한 북콘서트에는 이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시장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길은 있다고 본다”며 “우선은 당내에서 싸울 수 있는 만큼 싸우고 그럼에도 안 되면 제3의 길을 갈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은 새해부터 신당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월 26일 정세균 전 총리와의 조찬회동에서 3총리(정세균·김부겸·이낙연) 회동을 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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