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중구 비프광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부산을 수도권보다도 더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견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부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흉기 피습을 당한 후, 이른바 ‘부산대병원 패싱’ 논란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했다. 한 위원장이 전국 순회 중 당일이 아니라 1박 2일로 방문한 곳은 부산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응급 의료 체계 특혜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미래 일자리 현장간담회’와 ‘부산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 연달아 참석해 “저는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며 “부산에 더 잘할 것이고, 부산의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이걸 반대할 이유가 뭔가. 우리가 4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보란 듯이 제일 먼저 산업은행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민주당 정권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던 때를 언급하며 “센 척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이 참 좋았다.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하고, 서면 기타 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 당원들을 향해 큰절을 하기에 앞서 구두를 벗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시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당원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이번 일정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나빠진 민심을 달래는 한편,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떠난 일로 자존심에 상처 입은 부산 시민들을 위로해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에는 중구 자갈치시장과 비프(B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셀카를 찍었다. 30분가량 거리를 걷는 동안 수백 명이 그를 뒤따랐다. 정장 차림이었던 그는 이날 저녁 ‘1992′라고 적힌 회색 맨투맨 티로 갈아입었는데, 1992년은 부산 연고 프로야구팀인 롯데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코트를 벗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1992 숫자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다./뉴스1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순신 장군이 해낸 23전 전승 신화 중 20승이 바로 경남 바다에서 해내신 것”이라며 “그분은 감히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그 위대한 애국심과 인품을 흠모하고 억지로라도 흉내 내면서 동료 시민들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 모든 것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재판 중인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재판 기간의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하겠다”며 당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 반대로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총선 공천 신청 시 우리 당의 후보가 되길 원하면 이 약속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받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의원직을 대장동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방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공약”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안 되는 일로 국민들은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송) 과정에서 여러 가지 건설적 논의가 나올 수 있는 부분 같다”며 “응급의료 체계의 특혜나 구멍 등의 부분을 국민들이 분노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된 이 대표가 가족 요청으로 구급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은 것을 ‘특혜’라고 지적한 셈이다.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8일 공개적으로 제기한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제2부속실 설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실이 깊이 있게 검토한다고 했으니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니, 국회에서 추천하면 된다. 문재인 정권은 내내 추천하지 않았다”며 “우리 당은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1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비상대책위원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부산=김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