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국민의힘 김경율(55) 비상대책위원은 19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최근 내가 하는 말 때문에 많이 불편해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나는 ‘인간 윤석열’이 아니라 그의 비전과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정곡을 비켜가지 않는 특유의 사자 같은 옛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합리적 중도층의 태도가 많이들 바뀌고 있다. 나는 그게 두렵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 열흘 동안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을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공인회계사인 김 위원은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 운동을 하다 2019년 ‘조국 사태’를 비판하며 참여연대를 탈퇴했고,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고, 지난 17일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다.

-연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전말을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다만 오늘을 기점으로 이 문제를 당분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답을 기다리려 한다. 정치 영역에 들어오니 언론에 얘기하는 것 외에도 내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이 얼마든지 있더라.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고 ‘수도권과 대구·경북 출마자 사이에 인식 차가 있다’고 한 내 발언은 과했다.”

-한 위원장과 조율된 입장인가.

“한 위원장이 나한테 뭘 시킬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한 위원장이 시키는 대로 할 사람도 아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분도 계시는데 그건 한 위원장과 나 둘 다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합리적 중도층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며 "나는 그게 두렵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떤가.

“비대위원이 된 이후에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 대통령께서 최근 내가 하는 말 때문에 많이 불편해하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 윤석열’이 아니라 그의 비전과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합리적 중도층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명품 백 수수’ 의혹 이후 윤 대통령을 향한 태도가 많이들 바뀌고 있다. 나는 그게 두렵다.”

-윤 대통령이 어떻게 바뀌길 기대하나.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주로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 스타일을 하는데, 요즘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앞머리로 이마를 덮던 검사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어떤 사건을 대할 때 정곡을 비켜가지 않는 특유의 사자 같은 모습이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을 잃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다시 보여줄 거라 믿는다.”

-비대위원으로서 지켜본 한동훈 위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 같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직후 한 위원장은 ‘내가 습격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고 했다. 준비한 발언이 아니었는데, 그걸 보면서 괜찮은 정치 지도자감이라고 생각했다.”

-한 위원장은 주로 누구와 상의를 하나.

“연설문을 쓰거나 정치 개혁안을 내놓는 걸 보면 혼자 결정하는 게 많은 것 같더라. 검사 시절에는 사건 관계자들과 만나지 않고, 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젠 정치인이 됐으니 주변과 자주 소통하면 좋겠다.”

-마포을 총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곳 현역인 정청래 의원은 나와 같이 공정과 정의를 외친 86세대지만, 그가 정치권에서 보이는 행태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비대위원직을 수락할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출마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당내에서 선뜻 정 의원과 맞붙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자청했다.”

-정 의원이 왜 문제인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주화 운동 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지금 86 운동권의 행태는 민주적이지 않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정 의원이다. 86 운동권 세력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윤 대통령을 취임 직후부터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조국 사태’ ‘윤미향 사건’ 등에서 보인 내로남불 행태는 민주주의나 정의와 전혀 상관없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때도 경찰과 병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사건의 진상을 발표했음에도 마치 은폐와 조작이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 ‘핼러윈 참사’ ‘세월호 참사’ 각종 조사가 다 이뤄졌는데도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고 선동한다.”

-언제 출마를 결심했나.

“지난 15일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와 면담 자리에서 처음 총선 출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 마포을에 가고 싶다고 하니 그날 저녁 한동훈 위원장이 내게 전화해 ‘우리가 이길 수 있으니, 잘 고민해 달라’고 했다. 이후 한 위원장과 조율을 거쳐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출마 의사를 밝히게 됐다.”

-당선 가능성이 좀 더 큰 곳으로 갈 생각은 안 했나.

“그런 지역을 가라고 주변의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을 가겠다고 하면, 내가 하는 쓴소리가 마치 텃밭을 가기 위한 지렛대처럼 비칠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