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대학생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대학생들과 만나 “저는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전혀 없지만 지금의 청년 여러분께는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면서 청년을 위한 정책을 약속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으로 이른바 ‘윤한 갈등’이 충돌에서 ‘동결’ 수준으로 진정되자, 청년층을 만나며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사퇴 요구’ 관련 질문에 각각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들은 바 없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내부에서도 한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나오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숭실대를 찾아 ‘함께하는 대학생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 소재 대학생 50여 명과 간담회를 했다. 한 위원장이 대학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고도 성장기가 끝난 지금 여기 계신 청년 여러분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 것에 대해 제가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청년들을 향해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크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한 한 위원장을 향해 “동시대 학교에 다녔던 선후배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이 죄송해야 할 대상은 ‘운동권 정치인’이 아니라 ‘청년 세대’라며 받아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어 “’1000원의 아침밥’과 같은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내도록 하겠다”며 “모든 것을 다 해낼 순 없기 때문에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기보다는 꼭 해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려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는 ‘김 여사 리스크’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 더 말씀드리진 않겠다”고 했다. ‘갈등을 촉발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 측 인사는 본지에 “한 위원장의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입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한 데서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충분히 자기 뜻을 밝힌 만큼 더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도 ‘윤한 갈등’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에게 민생 관련 업무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와서도 저녁에 관저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로부터 교통 대책 관련 업무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당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한 것은 없었다”면서 “‘민생 우선’ 기조 아래 국정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책과 정무를 포괄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여당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실도 용산과 국민의힘이 냉각 과정을 통해 상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기보다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논란은) 풀긴 풀어야 한다”며 “(당정이) 정확한 사실 관계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만들어가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도 “사건의 본질 자체는 분명히 정치 공작이지만 그럼에도 국민께서 계속해서 오해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