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6일 발기인 모집 등 ‘위성정당’ 창당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75일 앞둔 이날까지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자, 위성정당을 가능케 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맞춰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위성정당 폐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여당이 먼저 행동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26일 본지에 “민주당이 우리가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받지 않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할 경우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준연동형에 맞춰 위성정당을 만드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으냐”고 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투표하는 과거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위성정당 발기인 모집을 시작했다. 당직자 중심으로 2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주 중 발기인 대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창당 조건인 ‘광역 시·도 5곳 이상에서 1000명 이상씩 당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위성정당의 당명은 ‘국민의힘’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국민’이나 ‘힘’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지난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위성정당 명칭은 ‘미래한국당’이었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원 수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원 수는 적게 배정받는 현행 준연동형 제도를 유지할지, 지역구와 비례를 각각 따로 뽑는 과거 병립형 제도로 되돌릴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행 제도는 소수 정당을 우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총선 직전 민주당이 강행 처리했다. 그러나 실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거대 양당은 더 많은 당선자를 내기 위해, 비례대표 후보들을 문서상 별개인 위성정당 소속으로 만들어 출마시키는 꼼수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