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 가짜 뉴스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자 정치권이 29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추 가격 인상’ 가짜 뉴스와 ‘한동훈·문재인 비공개 회동’ 허위 정보가 각각 야권과 여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유포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배추 가격 인상’ 발언 논란은 JTBC의 자막 실수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 의정부 제일시장을 방문해 채소 가게 상인과 대화하면서 “정부가 매출 오르게 많이 힘껏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JTBC는 유튜브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습니다’라고 자막을 달았다.
이 영상은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배추 값을 오르게 하는 게 맞나” “앞으로 서민은 배추를 못 먹게 하겠다는 거냐”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후 친이재명 성향의 유튜버가 해당 영상을 편집해 올리면서 ‘물가 오르게 힘 좀 쓰겠다는 윤석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야권 정치인들도 자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은 시장에서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다’는 말을 남겼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하헌기 전 부대변인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이와 관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라고 했다.
JTBC는 지난 28일 방송에서 “지난 25일 JTBC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윤석열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 영상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습니다’라고 전했다”며 “그러나 재확인 결과 해당 발언은 ‘매출 오르게 많이 힘껏 뛰겠습니다’였다. 현장음과 섞인 발언을 옮기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면서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 명의 공지에서 “잘못된 자막 삽입으로 사실이 크게 왜곡됐다”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대한 JTBC 측 사실 확인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의 왜곡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에 “그런 부분에는 합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똑같은 실수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지 않나 생각도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는 허위 정보는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강성 지지층이 이른바 ‘윤한 갈등’ 국면에서 한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2일 신년 법회가 열린 경남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당시 현장에서 한 여성이 “(한 위원장이) 문재인 집으로 갔다”고 말하는 장면이 일부 유튜버들의 중계 화면에 잡혔다. 당시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는데, ‘윤한 갈등’이 벌어진 이후인 지난 28일 문 전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남설이 해당 영상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문을 냈고, 이날 서울경찰청에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성명 불상자 2인 등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