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4·10 총선 이후 기회가 되면 차기 대선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때 인생은 그때 생각해 보겠다”며 “인생 자체가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놔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4월 10일 이후 이기든 지든 제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저는 그것을 알고 나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총선을 지면 패배 책임자로 몰려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고, 이기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시점에 미래 권력으로 부상하면 상당한 견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언론인 단체인 관훈클럽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대선 도전, 총선 공천, 당정 관계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한 질문 50여 개에 답했다.
◇ “총선 목표 달성 못하면 물러날 것”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이기면 안 떠난다”고 했다. ‘목표 의석’에 대한 질문에는 “저희는 언더독(underdog·열세 팀)이다. 국민의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 숫자로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공천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문제는 최대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신세 지거나 아는 사람 은혜 갚는 식으로 끼워 넣는다거나 (선거) 이후에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한 구도를 짜려는 것이었다”며 “이런 식의 사(私)가 들어갔을 때 선거는 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 기준에 대해 “기준은 명확하다.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지역에 나가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 실세가 공천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권력의 실세, 의회 권력의 핵심 중에서 이길 수 있고 우리 당 선거에 도움이 되는 분이라면, 그분들이 불출마하겠다고 하면 집에 찾아가서 말릴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제가 정당 대표 중 가장 유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 공천을 하기에는 가장 적합하고 준비돼 있는 대표”라며 “저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걸 하기 위해 정치에 데뷔하는 날 정계 은퇴 선언 비슷하게 불출마 선언을 했다”고 했다.
◇ “거짓말 부끄러워 않는 李, 충격적”
한 위원장은 ‘총선 시대정신으로 한 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을 말하자, 이 대표가 검사 독재 청산을 주장했다’는 질문에는 “만약 검사 독재가 있었다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사를 사칭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니 코미디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장단점을 묻자 “이 대표에게 안타까운 점은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이런 식의 질곡과 파도를 거쳤는데 아직도 당 대표이고 당을 장악하는 것은 대단한 정치력이다. 그렇지만 그 정치력은 배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 “尹과 나, 각자 할 일 하는 것”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서는 “저와 그분이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 주고 생각이 다를 때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공적 지위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관계는 여기서 낄 자리가 없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대통령의 당무 개입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도양단으로 말할 것은 아니고 이후가 중요하다”며 “소통이 지금 잘되고 있고, 할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저열한 몰카 공작”이라며 “그렇지만 경호 문제나 여러 가지 전후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하는 사람이고,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 수사했던 이른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삼성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이 최근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 데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굉장히 큰 사안이었고, 여러 가지 의견이 많은 사안이었다는 건 인정하는데, 아직 1심 단계니 잘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