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노력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24만 관객을 돌파해 최근 2년간 상영된 다큐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박상훈 기자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설 연휴 기간 가족들과 함께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인증샷을 남기며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섰다.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독립과 건국을 위해 애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4·10 총선에서 여권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영화 문제에서 항상 수세에 몰렸던 보수 정치권이 모처럼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한 위원장은 영화 관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껏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감안할 때 폄훼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미상호조약으로 우리나라 안보 기틀(을 마련하고) 농지개혁으로 만석꾼의 나라를 기업 나라로 바꾼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대한민국을 이 자리에 오게 한 결정적 장면”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해 7월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만든 대표적인 정부 정책 중 하나로 1950년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을 꼽았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설 연휴 기간 가족들과 함께 영화 ‘건국전쟁’ 관람하고 인증샷을 남기며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섰다. 시계방향으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페이스북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어머니와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이승만의 재발견’이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2년 전 제가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될 당시에도 이승만은 함부로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일종의 금기어였다”며 “지난 20개월 동안 이승만이라는 이름은 보훈부의 큰 화두였고 그로 말미암아 좌파 진영으로부터 수없는 공격을 당한 저로서는 상전벽해를 느낀다”고 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설날인 10일 친정아버지, 딸과 함께 영화관에서 ‘건국전쟁’을 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나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헌법 가치가 파괴되고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건국 세대의 정통성은 부정됐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영웅들에 대한 평가가 바로 서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셜미디어에서 설날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다고 밝히면서 “학창 시절 잘못 배운 역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분의 공과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바로잡힌 역사가 대통령기념관에서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영웅은 이제 외롭지 않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친북 운동권 특권 세력 대 미래 준비 세력의 대결”이라며 “성장이 멈춘 시대에서 자본주의 4.0 시대로 가야 할 미래 준비 패러다임의 건국전쟁”이라고 했다.

미혼으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김미애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 고2가 되는 조카와 같이 건국전쟁을 봤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배경 설명 없이 부정적인 것만 배워왔다’ ‘건국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커녕 하와이에서, 워싱턴에서, 한국에서조차 너무나 초라한 흔적으로 남아 계신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며 “저는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2014년 ‘국제시장’, 2015년 ‘연평해전’, 2016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건국, 산업화, 안보 등을 다룬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아 야권의 ‘영화 정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며 “총선을 두 달 남겨둔 시점에 ‘건국전쟁’이 개봉하고 흥행으로까지 이어져 모처럼 영화 마케팅을 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