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백석대 학생들과 기념 촬영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를 찾아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천안을 시작으로 5일 충북 청주, 오는 7일과 8일에는 각각 경기 수원, 성남 및 용인을 방문해 총선 지원에 나선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틱톡 화법’이 화제다. 사안이 터지면 마치 ‘숏폼’ 동영상처럼 바로 대응하고 핵심을 잡아 공격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3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을 향해 “윤리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하자 “김 부의장이 0점이면 이재명 대표는 마이너스 200점”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위원장은 매일 출근길 기자들과 20~30분씩 질의응답을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한다. 현안에 말을 아끼던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정당 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사실상 대야 공세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라며 “바로 반박하고 온라인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4일 출근길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영주 국회부의장 영입이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에 대해 “우리의 외연이 넓어지고 더 유연하고 많은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당 회의에선 간첩법 대상을 북한 외 다른 나라로 넓혀야 한다면서 “김 부의장을 비롯한 분들도 관련 법 개정안을 냈다”며 김 부의장을 추켜세웠다.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해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재명 대표에게 “MBC조차 일대일 토론 요청이 왔다”며 토론을 붙자고 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엔 “이름을 ‘재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를 배우 차은우씨보다 잘생겼다고 한 민주당 안귀령 부대변인에 대해선 “비위 좋은 아부꾼만 살아남은 정글이 된 것이 민주당”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JTBC 인터뷰 방송 중 자신에게 욕하자 “우 의원은 과거 5·18 기념식 전날 룸살롱에서 여성 동료에게 입에 못 올릴 비속어로 욕설한 분”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공천을 비판한 민주당 김민석 의원에 대해선 “철새처럼 당을 옮긴 분” “추징금 7억원을 완납하지 않고 (후보) 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자 “6억원 국고 보조금 사기가 정치 개혁인가”라고 했다.

이는 한 위원장의 ‘서초동’ 스타일이 ‘여의도’로 이어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조국 수사’ 이후 좌천된 시기에 이른바 ‘채널A 사건’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등의 의혹에 대한 언론 대응과 소송전을 홀로 해왔다. 한 법조인은 “한 위원장이 이 시기에 현 야권의 근거 없는 여론전에 절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와 언론에 적극 대응한 점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며 “당 주류의 지지 여부”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주류와 갈등을 빚으면서 ‘내부 총질’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한 위원장은 당 주류의 지지가 굳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화법에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에 잔류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우니까 그때를 노리겠다는 생각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당 대표가 정치 평론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MBC가 일기예보에서 숫자 1 그래픽을 크게 사용한 데 대해 “선을 넘었다”고 한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가 다변(多辯)이라 팩트를 잘못 말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바뀐 미디어 환경을 잘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정치인들처럼 선 굵은 정치는 아니다”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에토스(성품)와 로고스(논리)는 좋은데 파토스(감성)가 떨어진다”며 “핍박받던 약자일 땐 그의 화법이 먹혔지만, 강자인 여당 대표일 때도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중도층 확장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