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7일 “나라의 꽃, 사회의 꽃, 가정의 꽃인 우리 여성들에 대한 사랑과 정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으며 어디서나 축하 분위기로 설레고 있다”고 했다. 북한 여성들을 위한 축하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엔케이(DailyNK)가 정보원을 통해 북한 각지의 20~60대 여성 30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북한 여성권 조사 보고서'를 본지가 7일 사전 입수해 분석했다. 현재 북한에 거주 중인 이 여성들은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아예 아이를 낳지 않으면 당국의 정책에 반하는 “반동”이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데일리엔케이가 심층 인터뷰한 탈북 여성 10명의 증언도 비슷했다.
조사에 응한 평안남도 여성은 “지금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황해북도의 한 여성도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 등에서) 내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저출산 기조를 뒤집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평안북도의 한 여성은 인민반 회의에서 “임신한 아이를 지우면 수술해 준 의사를 처벌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자강도에 거주 중인 두 여성은 “하나는 낳고 (둘째부터는) 안 낳을 수 있다. 아예 안 낳으면 지금 방침으로는 반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 의료가 무너져 출산할 때도 뇌물을 줘야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북한 여성은 “딸 분만 수술을 하는데 20만원을 병원에 뇌물로 주고 입원해서 출산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의 한 여성은 뇌물을 주지 못해 수술 시기를 놓쳐 환자가 사망한 사례를 증언했다. 코로나 대유행 때는 “결국 (개인적으로) 약을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강원도에 살고 있는 북한 여성은 말했다. 자강도의 한 여성은 체온계, 약, 주사마저 개인적으로 돈을 내야 했다며 “자력갱생으로 코로나를 이겨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21년 6월 당 중앙위 전원 회의에서 “수천, 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 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당과 국가의 최중대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후 실제로 보육 시설이 개선됐다고 북한 여성들은 전했다. 평안북도의 한 여성은 “탁아소나 유치원 놀이터에 여러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지 비용은 부모들 몫이다. 황해북도의 한 여성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쓰고 사는 모든 비품을 아이들에게 부담시킨다. 쌀도 마련 안 되면 점심, 간식을 안 준다”고 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탈북 여성도 “(유치원) 식비, 찬, 조미료까지 부모들이 다 내줘야 한다. 땔나무까지 대줘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북한 여성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장사에 나선다. 조사 대상 여성들은 공식 직장에서 통상 월 1500~2600원을 받는다고 했는데, 30명 중 12명이 시장에서 따로 월 30만~50만원을 번다고 답했다. 12명 모두 “남편의 수입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여성들은 월, 분기, 명절, 기념일마다 국가에 자금과 선물을 헌납하고 있다. 황해북도의 한 여성은 작년 11월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위문품, 수첩, 책, 15절지, 원주심 등을 모았다”고 말했다. 직장이 없는 여성들은 모내기 등 각종 작업에도 동원되고 있다.
당국의 성폭력도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북한 여성 30명 중 22명은 직장, 군대, 시장 등에서 권력을 가진 기관원이 승진이나 장사 기회 등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 강요하는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함경남도의 한 여성은 “(장마당) 단속 과정에서 쉽사리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만든다”고 했다. 여군을 성추행·성폭행하는 일도 흔하지만 문제 제기는 어렵고, 탈북하려다 체포된 여성들도 북송 과정에서 성추행·성폭행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