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30일 남은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상승이 총선 판을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경우 시민단체가 추천한 후보들이 반미·미군철수 등을 주장해온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종북 후보 논란에 ‘색깔론’이라고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야권지지층 사이에서도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주대환 민주화동지회 운영위 의장은 오랫동안 진보 진영의 맏형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후배들로부터 “자리 욕심 없이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86설거지론’을 가장 처음 주창한 인물로 “우리가 만든 쓰레기 우리가 치우자”며 시대에 뒤처진 운동권 청산을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퇴임한 직후 첫 ‘민심 행보’를 함께했으며 김윤·박은식(광주), 함운경(마포) 등 민주당 운동권 청산을 명분으로 이번 총선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조언해 왔다.
지난 3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주 의장은 조국혁신당 지지율의 배경에 대해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에 친북적인 사람들이 앞 순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민주당 지지층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위성정당을 이용해 반미·한미동맹 반대를 주장한 인사들이 원내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고, 이제 대폭 줄어들 것 같다. 그렇게 많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윤미향도 다 했는데,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총선 승부에 대해서는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민주당이 참패할 것 같지 않다. 시끄럽고 진영 분열이 생길 일을 민주당이 먼저 해치웠다. 막상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저쪽(민주당)은 인물도 갈아치우고 했는데, 국힘 쪽은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양두구육’이었다”고 평가했다.
- 조국혁신당이 총선 판세를 흔들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조국혁신당'의 경우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꾸리는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친북적인 사람들이 앞 순위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 지지층은 사회의 비주류도 아니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 긍정적인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하나.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 온갖 사상과 정치 조류가 '백화제방'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하지만 주류 양대 정당은 사람의 두 다리처럼 국가를 받쳐주어야 한다. 나라가 존립할 수 있는 현실적인 노선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한쪽이 그 노선을 벗어났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에서 일탈한 셈이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 '독립운동 기본 노선'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은 기본 노선이 있었다. 애당초 민주공화국, 그것도 친미(親美)의 민주공화국을 세우자는 목표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이다. '지구상 최대의 나라 중국 옆에서 수백 년 번속국으로 존속해오던 우리도 독립을 할 수 있겠구나' '모든 국민이 왕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세우고, 한반도에 영토욕이 없는 미국을 끌어들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우리 조상들이 하면서 비로소 독립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주류 정당들이 그것에서 일탈하면 나라가 존립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경기동부연합과 손잡은 이재명이 민주당을 장악하는 걸 보고 현 집권 여당을 돕기 시작했다. 독일도 사민당이 처음에는 친서방 노선을 안 하고 사회적 시장 경제도 안 했다. 서독이 존속할 수 있는 노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자 국민들에게서 외면받았다. 결국 고데스베르크강령이 나왔다. 그런 대전환이 민주당에서도 곧 있을 것이다."
- 지난 대선에서 큰 위기감을 느껴 국민의힘 집권을 도왔다는 이야기인가. "건국되기 전 50년, 건국 후 75년을 합하여 125년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기본 노선이 두 번 흔들렸다. 1차 위기 때는 1900~1910년생이 기본 노선에서 크게 일탈했다. 광복 당시 이들이 30~40대로 전국 방방곡곡의 지도자였다. 그래서 이승만 박사를 비롯한 사람들이 건국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하게 1960~1970년대생들이 일탈 세대다. 이들로 인하여 현재의 위험한 국론분열이 왔다."
- 1960~1970년대생들을 왜 비판적으로 보고 있나. "솔직히 나는 그들이 걱정스럽다. 흡사 부잣집 막내아들이 우리 집안이 어떻게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역사를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민족주의에 중독되어 있다. 나는 그들이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와 풍요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 결국 '제3지대'는 조국혁신당이 차지하는 상황이다. 보수 시민 세력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형성할 수는 없었나. "중도 보수에서는 세력이 잘 형성되지 않았다. 아스팔트 보수에서 울트라 보수까지 있고 이미 여러 정당도 만들어져 있지만, 중도 확장성이 있거나 '제3지대'라고 할 만한 보수가 없어서 아쉽다."
- 총선 이후에 이재명 대표가 계속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까. "글쎄, 우선 민주당이 참패할 것 같지 않다. 시끄럽고 진영 분열이 생길 일은 민주당이 먼저 해치웠다.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저쪽(민주당)은 인물도 갈아치우고 했는데, 국힘 쪽은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양두구육'이었다. 한동훈이라는 1973년생을 내세워 놓고 공천은 전부 한동훈보다 다 누나 형님들이 받았다. 안 그래도 40대는 민주당이 압도적이라 (40대에서) 민주당에 더욱 쏠릴 수 있다. 만약 20~30대마저 흔들린다면 (국힘이) 위태롭다."
- 총선 결과는 여야가 엇비슷할 것으로 보나. "국민의힘에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외쳤는데,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운동권 청산은 이재명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전대협 세대에서 한총련 세대로 바뀐 것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나마 세대교체를 한 것은 민주당이다. 국힘의 공천 결과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망스러울 듯하다. 총체적으로 나라의 미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가하기는 양당이 마찬가지다."
- 민주당 위성정당(더불어민주연합) 국민추천 후보에 반미·한미동맹 반대를 주장한 인사들이 공천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실화될 것이라 생각하나. "두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고, 이제 대폭 줄어들 것 같다. 그렇게 많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윤미향도 다 했는데, 새삼스럽지도 않다."
- 합법적 선거로 통진당 후신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들이 세력화하는 것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주사파·통진당 문제는 민주당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부에서 문제 지적하고 개입하니까 오히려 해결이 늦어지는 것이다. 주류 야당이 주사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집권할 수 없을 것이다."
- 이러한 문제 제기가 '색깔론'으로 공격받는다. "사실 '색깔론'스러운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왜 좌파, 진보를 하면 안 되나. '친 대한민국이냐 아니냐'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일당독재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나."
-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등과 함께 진보진영으로부터 '변절'이라고 공격받는다. "변절이라는 것 자체가 조선 선비들의 용어다. 전근대적 용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살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마 진영을 넘어가지 말라고 집안 단속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할 텐데, 낡은 방식이다."
- 국민의힘에서 광주광역시에 김윤, 박은식, 양종아 등이 출마했다.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광주에서 그런 좋은 후보들이 출마한 것은 좋은 일이다. 44년 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고, 아마 균형과 조화를 부르짖을 것 같다. 응원하고 싶다. 광주가 균형을 잡으면 그 의미가 대단하다. 사실 지난 십수년 광주시민이 대한민국 방향을 결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150만밖에 안 되지만 대한민국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후보들이 광주시민들과 깊은 대화를 해주시면 좋겠다."
- '5·18 소년 시민군'으로 알려진 김윤 후보의 경우 직접 광주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권유했나. "광주광역시당 주기환 위원장이 모시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학생운동 시절 학회의 선후배로 잘 아는 사람이라 권유했다. 아마 본인도 큰 결심을 한 듯하다."
- 지역구 공천은 끝났고, 이제 '비례'가 관심이다. 국민의힘 비례 순번의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지역구 공천에서 세대교체가 안 되었으니, 그걸 염두에 두면 좋겠다."
- 꼭 하고 싶은 이야기나 국민의힘에 특별히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누렸던 행운이 향후 25년간에도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75년간 대한민국이 굉장히 운이 좋았다. 앞으로 25년은 운이 안 좋을 수도 있다. 굉장히 불안하다. 최소한 건국 100년이 되는 2048년은 내다보고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도 나라가 유지되고 우리 자식들이 어떻게 먹고살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외교·안보에서 적어도 태평양 공동체를 구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젠 정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진영 내부를 설득하기에는 총선 국면이 좋지 않나. 민주당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상층노동자를 대변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소외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풀뿌리 지지기반을 강화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