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갑은 야권 우위의 천안 지역 가운데 비교적 접전지로 꼽힌다. 이 지역구가 신설된 1996년부터 보면, 15대 총선에선 보수 정당이 이겼으나, 16~19대는 진보 정당이 이겼고, 20대는 새누리당, 21대는 다시 더불어민주당으로 엎치락뒤치락 했다.
이번 총선에선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문진석 민주당 후보와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 간의 ‘리턴 매치’가 이뤄진다. 4년 전인 2020년 총선에서 문 후보가 신 후보를 약 1.4%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백중지세다. 문 후보는 사업가 출신으로 양승조 충남도지사 시절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다. 신 후보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출신으로 이번 정부 들어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문진석 “재선되면 더 잘 할 것”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후보는 1일 오전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병천시장 앞에서 유세를 벌였다. 문 후보는 채소와 나물 등을 파는 좌판 상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한 번 더 밀어주세요”라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문 후보)손 한 번 잡고 가야지”하면서 악수를 먼저 건네는 시민, 시장에 틀어놓은 선거송에 맞춰 문 후보와 손깍지를 끼고 춤을 추는 시민도 있었다.
문 후보는 유세 차량에 올라 “지난 2년 동안 물가는 한 번도 내린 적이 없고 계속 올라갔습니다.이게 정상입니까”라며 “이건 정부가 물가 정책에 대해서 손 놓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우리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다려 왔지만, 지금 우리 대한민국 현실이 어떻게 됐습니까? 무역 수지가 북한보다 뒤떨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 4년 동안 정말 국회의원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일하고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재선이 되면 더 잘할 수 있다. 여러분 최선의 힘으로 우리 낙후된 동부 지역을 확실히 바꿔놓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연설 후 기자를 만나 “윤석열 정부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한 번도 안 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에 대해 정치·도의적 책임을 진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 좌판 상인은 “어려운 상인들을 챙겨주는 문 후보를 한 번 더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천안역-청수-독립기념관-병천-오창국가산업단지-청주공항을 잇는 철도 건설 ▲천안 도심 철도 구간 지하화 ▲GTX-C 천안 연장 조기 착공 ▲천안역 증개축 차질 없는 준공 ▲신부·성정역 신설 등을 내걸고 있다.
◇신범철 “여당이라 공약 더 잘 지켜”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는 이날 오전 천안시 동남구에 있는 천앙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신 후보가 시장 초입의 한 계란 가게에 들어가며 가게 사장에게 “사장님 저 또 왔어요!”라고 하자, 사장은 “아이고, 또 와도 돼. 언제든지 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시장 거리를 걸으며 행인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굽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중년 남성은 신 후보 손을 잡고 “이번엔 (천안갑 국회의원이) 바뀌어야지”라고 말했다. 신 후보는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신 후보는 이곳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연설하지는 않았다. 대신 시장 곳곳을 돌며 ‘한 표’를 부탁했다. 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신 후보는 발로 뛰며 주민들 한 분 한 분을 만나뵙고, 유세차량은 이와 별도로 시내를 돌고 있다”며 “시민 분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시장의 한 노점 가게에서 만난 70대 황모씨는 “신 후보는 믿음직한 보수 정치인이라 지지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기자에게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올바르게 나갈 것이냐, 아니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정치권력에 힘입어 생존하느냐’의 기로”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쪽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현재 피소돼 재판 중이거나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지지율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며 “이는 자신들을 (사법절차로부터) 방탄하려는 잘못된 길”이라고 했다. 신 후보는 또 “(상대 문 후보와) 비슷한 공약이라도, 제가 여당이기 때문에 더 잘 실현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신 후보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국방AI센터를 천안에 유치 ▲원도심 전선 지중화 사업 ▲GTX-C 천안 연장 조기 착공 ▲천안역사 조기 완공 ▲교육발전특구 지정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
두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보이고 있다. 충청신문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의 지지율(49.4%)은 신 후보(39.6%)보다 9.8%포인트 높았다. 오차범위(±4.4%포인트)를 약간 벗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달 1~3일 천안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신 후보(46.1%)가 문 후보(34.2%)를 11.9%포인트 앞섰다.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허욱 전 천안시의원도 이 지역구에서 개혁신당 후보로 선거에 나왔다. 그는 신부동과 천안역사 간의 상권조성, 천안삼거리에 무역회관 건립, 독립기념관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성지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 26~27일 충청신문-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