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됐다’ 하실 때까지 쇄신하겠다”며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새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끄는 ‘관리형 비대위’ 역할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결코 보수 가치를 약화 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취임 이튿날인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관리와 혁신을 구별하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지는 당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위원장은 “야당과 협치하겠다”며 “야당이 180석을 넘는 의석수를 획득함으로써 국회선진화법의 협치 규정조차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야 이견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승화를 거쳐 하나의 목소리가 돼야 한다. 이것이 정치요, 그곳이 국회”라고 했다. 현행 ‘당원 투표 100%’인 당대표 선출 규칙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모든 의견을 열린 상태에서 다 모아서 당헌·당규 개정 요건에 맞으면 할 것이고, 그 절차는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황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을 두고는 “연령, 지역, 원내·외, 성별 등을 안배하겠다”며 “일머리가 있는 분들을 모셔서 많은 일을 신속히 처리할까 한다”고 했다. 비대위원 후보군으로는 경기 포천·가평의 김용태(34) 당선자와 30·40대 험지 출마자 모임인 ‘첫목회’ 소속의 한 수도권 낙선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황 위원장의 이날 취임사를 두고 “총선 참패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황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보수 정체성 강화’를 얘기했다”며 “마치 작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당시 혁신위원장이 일성으로 ‘통합’을 얘기한 것과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인요한 위원장도 ‘혁신할 때’라고 얘기했어야 했고 황우여 위원장도 ‘지금은 혁신과 변화의 시간’이라고 말했어야 한다”며 “거듭된 참패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는 건 또 다른 참패를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