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4·10 총선 패배 원인으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과 ‘진보 인사 대거 영입’을 꼽았다. 이 두 가지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주된 선거 전략이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을 의식해 참패의 주요 원인인 ‘정권 심판론’을 언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앞서 지난 3일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태스크포스)는 총선 평가 설문조사를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에 무게를 둔 듯한 문항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당 혁신을 주도할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지연돼 빨라야 8월 초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니까 맞불 작전으로 ‘이·조 심판론’을 했는데, 심판은 야당 몫이고 여당인 우리는 비전 제시가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외연 확장을 한다면서 진보 쪽 인사를 대거 영입했는데, 진보 쪽 인사들이 들어오면 우리 지지도 못 받고 진보 쪽의 지지도 떠나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취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해봤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열심히 잘 일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황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비윤계에서는 “황 위원장이 대통령실을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취임 축하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은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과 만나 대통령 축하 난을 전달받았다. 황 위원장은 “우리는 고향이 같아서 형제 같은 정이 있으니 스스럼없이 연락하고 전화해서 국민이 바라는 소통이랄지 의사 교환, 여러 가지 민의 반영에 문제없도록 힘을 합치자”고 했다. 홍 수석은 “(대통령이) 건강을 우선 특별하게 염려해 주셨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고 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 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백서 TF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스1

‘총선 백서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이날 ‘백서 설문이 한동훈 전 위원장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문 문항에 ‘대통령실’이라는 표현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아보면 어떤 쪽에 대한 질문인지 짐작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어 하나가 중요하진 않다”고 했다. 조 의원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TF 회의 모두 발언에서 “패배감에 빠지거나 특정 사건, 특정인을 공격하려 모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혁신 드라이브를 걸 새 당대표를 빨리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하지만 황 위원장은 이날 “원내대표 선출 자체가 늦어지고 있어 물리적으로 6월 말~7월 초가 어렵다”며 “한 달 이상은 늦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낙선자와 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원 투표 100%’인 현행 당대표 선출 규칙을 개정해 종전처럼 국민 여론조사를 30~50%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하면 당내 갈등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황 위원장은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30·40대 험지 출마자 모임인 ‘첫목회’ 이재영(서울 강동을)·이승환(서울 중랑을)·박상수(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과 면담에서 당대표 선출 규정에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확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황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혁신 동력을 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이후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당은 속도가 너무 늦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