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4·10 총선 패배 원인으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과 ‘진보 인사 대거 영입’을 꼽았다. 이 두 가지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주된 선거 전략이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을 의식해 참패의 주요 원인인 ‘정권 심판론’을 언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앞서 지난 3일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태스크포스)는 총선 평가 설문조사를 했다. 한 전 위원장 책임론에 무게를 둔 듯한 문항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니까 맞불 작전으로 ‘이·조 심판론’을 내세웠는데, 심판은 야당 몫이고 여당인 우리는 비전 제시가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외연 확장을 한다면서 진보 쪽 인사를 대거 영입했는데, 진보 쪽 인사들이 들어오면 우리 지지도 못 받고 진보 쪽의 지지도 떠나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취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해봤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열심히 잘 일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취임 축하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은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과 만나 대통령 축하 난을 전달받았다. 황 위원장은 “스스럼없이 연락하고 전화해서 국민이 바라는 소통, 민의 반영에 문제 없도록 힘을 합치자”고 했다. 홍 수석은 “(대통령이) 건강을 우선 특별하게 염려해 주셨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고 했다.
‘총선 백서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이날 ‘백서 설문이 한동훈 전 위원장을 저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문 문항에 ‘대통령실’이라는 표현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아보면 어떤 쪽에 대한 질문인지 짐작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어 하나가 중요하진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 공방에서 벗어나 혁신 드라이브를 걸 새 당대표를 빨리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하지만 황 위원장은 전당대회 규칙에 대한 의견 수렴을 감안하면 6월 말~7월 초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선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를 한다”며 “(민주당과) 같은 날, 같은 시기에 하든가 아니면 (그로부터) 얼마 안 되는 시간에 하는 건 가능하다”라고 했다. 황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혁신 동력을 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속도가 너무 늦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