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실 주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정치 전문가들은 16일 “보수가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만큼 이제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어둡다”며 보수 가치의 혁신을 주문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개최한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국민의힘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강조하는 데 비해 ‘민주’와 ‘공화’라는 현대 정치사상의 근본 가치를 경시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 중 하나는 자유지상주의에 가까운 편협한 자유 이념에 매몰돼 정부라면 반드시 해야 할 복지 확대, 양극화 감소를 위한 재정 확대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국가 부채가 굉장히 증가했다는 걸 내세워 정부가 해야 할 일조차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수를 ‘이념’이 아니라 생활 ‘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공산주의에 대항해 안정을 희구해온 세력을 총칭하여 부르는 보수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태도’를 형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과 봉사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참여의 태도가 더 강조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나 집단에 반대하는 태도를 넘어 개인을 더 자유롭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는 태도로 혁신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미래 비전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보수 혁신을 위한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수봉 민생연대 대표는 “거대 야당은 강력한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탄핵과 퇴진 투쟁으로 정국을 몰아가게 될 것이고 현재의 용산과 국민의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금 당장 할 일은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 우파 혁신을 위한 사회 정치 운동 단위를 조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보수 혁신을 위해 사도 신경 같은 강령 전문을 만들고, 10대 투쟁 과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왼쪽) 의원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고, 법 질서를 지키고 개혁해 나가는 것이 보수인데, 우리 보수의 모습은 개혁에 저항하고, 책임질 줄 모르고, 남북관계의 돌파구도 못 열고, 수구적인 이미지로 퇴행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4년 영국 보수당 마이클 하워드 대표는 보수 강령을 16개로 정리해 보수를 이념뿐 아니라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정립해줬다”며 “우리도 마찬가지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혁신 보수로서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이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실생활에 다가오는 생활 방식과 정치 양식으로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결국 보수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