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20년 전 폐지된 ‘지구당(地區黨)’을 부활하자고 주장했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설치돼 당원 관리를 담당했던 정당 지역 조직이다.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폐지됐지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현역 의원들에 도전하기 위해선 지역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최근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글을 올리기 2시간 전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지구당 부활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962년 정당법 제정 때 도입된 지구당 제도는 지역 여론 수렴, 정치 인재 충원 같은 역할을 못 한 채 막대한 운영비만 쓰는 ‘돈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2년 대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정치 개혁 여론이 비등하자 2004년 정치 관련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한 전 위원장은 불법 대선 자금 수사 때 검사로 참여했다.

여권에서 지구당 부활론이 나온 것은 지난 4·10 총선 참패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122석 중 1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4년간 지역 조직과 당원을 관리해야 하는데 지구당이 폐지된 후 설치된 당원협의회(민주당은 ‘지역위원회’)로는 민주당 현역 의원과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당원협의회는 지구당과 달리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유급 직원을 둘 수 없고, 중앙당의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한다. 반면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총선 때 약속한 정치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강력한 회계 감사를 통해 지구당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과거 문제가 된 부작용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 등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도 지구당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각 지구당이 현역 의원처럼 연간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사무직원을 2명까지 둘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하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김영배 의원은 이날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지구당 설치 허용을 골자로 하는 ‘참여정치 활성화법’을 첫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