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뉴스1.뉴시스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31일 20년 전 폐지된 ‘지구당(地區黨)’ 부활을 두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설치돼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받으며 당원 관리를 담당했던 정당 지역 조직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막대한 운영비만 쓴다는 비판을 받으며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이 통과되면서 폐지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패한 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부활 필요성을 제기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직이 필요하다”며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지구당 부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과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다.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며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경쟁적으로 들고 나온 이유는,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금 벌어지는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민주당은 개딸 정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고 우리 당은 전당대회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을 노린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전날 지구당 부활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정치 문화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원외 당협위원장이 사무소를 열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뀔 때가 됐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전날 성명에 이어 이날도 거듭 지구당 부활을 촉구했다.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지역구에 사무실은 두게 해줘야 주민들과 소통하고 민원을 받아 처리해 줄 수 있지 않으냐”며 “지역구에 사무소를 운영하는 현역 의원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