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헌당규개정특위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4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차기 당대표 선거(7월 25일)에 적용될 당헌·당규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특위는 오는 12일까지 당대표 경선 룰과 지도 체제,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특위의 결론이 나온 이후에 현재 각종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경선 출마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경선 룰 및 지도 체제 개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논의는 주로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냐, 아니면 그를 견제하는 데 효과적이냐를 놓고 전개돼 왔다. 다른 당권 주자들도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이날 첫 회의에서 ‘당원 투표 100%’로 당대표를 뽑는 현행 경선 룰을 개정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 투표 비율을 줄이는 대신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30%나 50% 정도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한 전 위원장도 당대표 경선에 민심이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관심은 5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 논의할 지도 체제 개편 여부다. 국민의힘에서는 현행 단일 지도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도 당대표가 당의 인사·조직·예산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단일 지도 체제를 집단 지도 체제(최고위원 합의제)로 변경하는 데 부정적이다. 한 인사는 “192석의 거대 야당 공세에 맞서려면 당대표의 권한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같은 권한을 갖는 집단 지도 체제는 현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도전에 부정적인 국민의힘 일각에선 집단 지도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동훈 원톱’ 체제로 치른 총선 결과로 볼 때, 당내의 중량감 있는 다양한 인사들이 지도부에 포진하는 게 당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원외(院外) 당협위원장 그룹도 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수도권 3040세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중심이 된 ‘첫목회’가 22대 국회 개원 직전 출범한 데 이어, 또 다른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성찰과각오’를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성찰과각오에는 김선동·조광한·임재훈 등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36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첫목회 회원들이 친(親)한동훈 성향을 보이면서 비(非)한동훈 성향 당협위원장들이 성찰과각오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손잡은 국민의힘·개혁신당 원내대표 - 국민의힘 추경호(왼쪽)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대화하면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천 원내대표는 “대통령하고만 똘똘 뭉치지 말고 야당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자”고 했다. /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주변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위원장이 총선백서를 통해 ‘한동훈 책임론’을 부각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를 만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전 위원장에게 비판적인 일부 친윤계 인사들도 그의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크게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캠페인 때처럼 대통령과 충돌을 반복한다면 여권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며 “경선 룰과 지도 체제 개편 여부가 확정되면 친윤 핵심 그룹에서도 ‘한동훈 대항마’를 찾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나 의원은 ‘국회 인구기후내일포럼’ 결성 채비에 나섰고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주기적으로 모임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연금 개혁, 지구당 부활 등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의원은 보수 혁신을 주제로 릴레이 세미나를 여는 등 당 혁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해외 직구 금지 등 현안마다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