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대표 선거 2위 득표자를 수석 최고위원으로 임명해 당대표 사퇴 시 대표직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2인 정·부(正副) 대표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대표가 임기(2년) 도중 사퇴하고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는 일이 반복되자, 수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 당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비윤계 당대표 선출 가능성이 커지자 친윤계 인사를 수석 최고위원으로 세워 당대표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통화에서 “지금처럼 정국이 어려울 때는 당대표가 단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 2년 동안에도 국민의힘에선 6명이 당대표를 맡을 정도로 현행 단일 지도 체제는 취약하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당대표 선거에서 2위를 할 정도면 상당히 유력한 인사”라며 “그런 사람에게 수석 최고위원을 맡기고 당대표 궐위 시 승계권을 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과 만나 이 같은 지도 체제를 설명하면서 이를 ‘2인 지도 체제’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현재 당대표가 당의 인사·조직·예산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단일 지도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1위 득표자가 대표, 별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1~4위가 최고위원이 된다. 현행 단일 지도 체제 틀은 유지하되, 당대표 선거 2위 득표자를 지도부 서열 2위인 수석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고, 별도 최고위원 선거에서 나머지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자는 게 황 위원장 주장이다.

황 위원장 주장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에선 반발도 나왔다. 한 의원은 “각종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친윤계 인사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차선책으로 수석 최고위원직을 만들어 당대표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친윤계로 분류하기 어려운 인사들이 앞서나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황 위원장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는 집단 지도 체제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