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0일 밤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원회 중 11개 위원회 위원장을 자기 당 의원으로 선출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최민희 의원 등 강성·친명 의원들이 뽑혔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을 18개 상임위 위원으로 강제 배정하고 본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상임위원 사임계를 내고 본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위원장을 야당이 독식하는 것은 국회 관례에 어긋난다며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범야권 의원들과 함께 표결을 밀어붙였다.
앞서 지난 5일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자기 당 출신인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에 선출했다. 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운영위·법사위 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04년 17대 국회 이래 제1당은 국회의장을, 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아왔고 운영위원장은 의석수에 관계없이 여당 몫이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며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상임위 선임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자기들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 떼를 쓰고 있다”며 “국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명령을 따라 일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했다.
이날 표결로 여야 간에 극한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요 상임위원장 독식은 “국회 독재”라며 향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각종 쟁점 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속전속결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