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검사 탄핵안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동의안을 처리하는 등 탄핵 소추에 앞서 검사들의 위법 행위를 법사위에서 조사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탄핵 소추하려는 검사들은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백현동 의혹’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나 민주당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해당 검사들은 민주당이 제기한 탄핵 소추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피고인인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탄핵으로, 피고인이 재판장을 맡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상용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곧바로 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엄희준 검사 탄핵 소추 사유로는 2011년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 때 재소자를 불러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강백신 검사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에서 위법하게 압수 수색을 했다며 탄핵 소추 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는 국정 농단 사건 특검 때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와 뒷거래를 한 의혹 등이 있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방탄을 위한 탄핵이자, 위헌·위법·사법 방해 보복 탄핵”이라며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전 대표), 그리고 민주당 소속 의원인 변호인과 민주당이 ‘법정을 국회로 옮겨’ 피고인 자신이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재판 출석하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 등 관련 배임·뇌물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전 대표 사건을 수사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연합뉴스

법무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정 정치인을 수사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꺼내 드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검사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검사 탄핵은 선수가 심판을 정하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선택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야당의 무리한 입법 독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행정 독재보다 오히려 입법 독재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관련 검사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추 사유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박상용 검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회유 의혹과 관련해 “회유나 진술 조작 등을 한 사실이 없고 검찰 시스템상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수원지법의 1심 재판에서 대북 송금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 따라 검찰은 당시 경기지사로 있으면서 대북 송금을 보고받은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전 대표를 제삼자 뇌물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엄희준·강백신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도 이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 압박용이라고 검찰은 반발했다. 엄 검사가 수사한 한명숙 전 총리는 법원에서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의 모해 위증 의혹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 전국 고검장 등이 모여 회의를 거친 끝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강 검사가 참여한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지난달 21일 검찰이 청구한 김만배·신학림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이 ‘뒷거래’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한 장시호씨가 “뒤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너무 큰 거짓과 너무 나쁜 말을 지어냈다”며 자신에게 보내온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이번 검사 탄핵 소추 추진이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진행을 어렵게 하려는 ‘사법 방해’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검사 4명 탄핵 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바로 처리하지 않고 법사위로 보내 해당 검사들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수사 검사’들을 국회에 소환해 모욕 주기를 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 총 9명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가운데 이희동·임홍석 검사 탄핵 소추안은 발의를 철회했고,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 소추안은 국회 법사위 조사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 처리했다. 안 검사 탄핵안은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강력 반발했다. 그는 이날 대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검사들을 탄핵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들을 국회로 불러내 조사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 전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해서 권력자의 형사 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법 방해 탄핵이며, 다른 검사들에게도 ‘본보기’를 보여 위축시키려는 보복 조치”라고 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 시도에 대해 ‘야만’ ‘해외 토픽’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 총장은 “탄핵 사유도 없이 단지 권력자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 탄핵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문명사회에서 야만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위헌적·위법적 탄핵은 다른 법치주의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해외 토픽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도덕경의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를 인용하면서 “검사를 탄핵한다고 해도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검찰은 국회 절대 다수당의 외압에 절대 굴하지 않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