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 연설회에서 한동훈(왼쪽부터)·나경원·윤상현·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벌이는 네거티브 공방이 야당 대여(對與) 공세의 꼬투리가 되고 있다. 반한(反韓) 진영에서 제기한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은 ‘김 여사의 댓글팀 운영 의혹’으로 번졌다. 이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이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을 제기하더니, 17일 후보 토론회 과정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는 얘기가 한 후보에게서 나왔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 농단의 단서가 드러났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선 “당대표 후보들이 초가삼간 타는 줄 모르고 내부 싸움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4차 방송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그럴 수 없다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법무 장관 시절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의 체포 영장 기각에 책임을 느끼느냐”고 하자, 한 후보가 “법무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면서 한 말이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토론이 끝나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나경원의 이런 청탁, 수사 대상이다. 한동훈,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후보 모두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앞서 국민의힘 친윤계가 한 후보를 공격하고자 제기한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과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을 두고도 “국정 농단”이라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이 여당 공격 소재로 삼은 문제는 대부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서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달 초 언론 보도로 알려진 ‘김 여사 문자 논란’은 지난 1월 김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에게 디올 백 수수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무시당했다는 내용이다. 친윤계에선 한 후보의 ‘고의 총선 패배’ 의혹까지 제기하며 공격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 여사 문자에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똥이 김 여사 쪽으로 튀었다. 야당이 이를 걸어 김 여사가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온 것이다. 또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후보가 장관 시절 사설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국혁신당이 추진하는 ‘한동훈 특검법’의 소재로 추가됐다.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던 지난 9일 한 후보가 “제가 이걸(김 여사 문자 당시 사정을) 다 공개했을 때 정부와 대통령실이 위험해진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야당에선 “위험해질 일이 뭐냐”며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왔다.

17일 열린 수도권·강원 합동 연설회에서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헌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는 제 말을 공소 취소 부탁이라고 이야기한다”면서 “우리 당대표 후보 맞나. 이기적이고 불안하다”고 했다. 원 후보도 “(한 후보가) 소중한 동지를 야당의 정치 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린 결과가 됐다”고 했다. 한 후보는 “저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검증이고 제가 얘기하는 건 내부 총질인가”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 후보들은 토론회 ‘OX 문답’ 코너에서 ‘김건희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 질문에 모두 ‘O’ 팻말을 들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