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 방송 토론회가 19일 끝났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치르는 당대표 선거인 데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국민의힘 ‘빅샷’들이 출마해 토론회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총 6차례 열린 이번 당대표 후보 토론회는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으로 시작해 ‘나경원 후보 청탁’ 논란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비전·정책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며 과거 당대표 경선 때보다 방송 토론 횟수를 늘렸지만, 후보들은 토론 때마다 상호 폭로전과 네거티브 난타전을 벌였다. 여권에서는 “후보들이 서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여권 공세거리만 만들어낸 최악의 당대표 경선”이란 말이 나왔다.
이날 열린 6차 토론회에서도 비방전이 이어졌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대통령도 사람인데 대화를 폭로하는 당대표와 함께 중요한 얘기를 믿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 후보가 지난 17일 4차 토론 때 나경원 후보에게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라고 한 발언을 다시 꺼낸 것이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는 저와 영부인 사이에 있었던 문자를 왜 폭로했나”라고 맞받았다. 1·2차 토론 때 쟁점이 된 ‘김 여사 문자’를 폭로한 주체가 원 후보 측 아니냐고 역공한 것이다.
이날 토론이 끝나자 국민의힘에서는 “토론 내내 폭로와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암울한 리더십 경쟁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들이 비전을 전파할 기회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토론 횟수를 늘렸는데 이런 식이 될 줄 알았으면 줄이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후보들은 충청권 합동 연설회에서 일부 지지자가 폭력 사태를 빚은 다음 날(16일) 3차 토론회에서도 ‘한 후보가 장관 시절 여론 조성팀을 운영했다’는 미확인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정작 정책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주도권 토론 때 경쟁 후보를 공격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할애하고 자투리 시간에 다른 후보에게 정책 관련 질문을 하는 식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6차례 토론 과정에서 ‘자체 핵무장’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주 3일 출근제’ 등이 거론됐지만 일부 후보는 실현 가능성을 따져 묻는 상대 후보 질문에 구체적 방안을 설명하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토론에서 한 폭로는 야당이 대여 공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여사 문자’에서 불거진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의혹과 댓글팀 운영 의혹, 장예찬 전 최고위원 주장으로 제기된 한동훈 후보 여론 조성팀 운영 의혹, 나경원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의혹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 대회가 됐다”며 “반드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