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를 하루 앞둔 22일 전국 각지에서 막판까지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왼쪽부터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 /뉴스1·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거쳐 28일 당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 선거전이 역대 최악의 폭로·비방전으로 흐르면서 여권에서는 “누가 당대표가 되든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란 말이 나왔다.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의 갈등 구도가 부각되고, 친윤·친한계가 대리전을 치르듯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여권의 분열 등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22일 MBC 라디오에서 “오히려 저는 전당대회가 끝난 후가 걱정”이라며 “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는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그 후에 과연 국정 운영이 순탄하겠느냐”고 했다. 유 시장은 “이 갈등이 봉합될 뿐만이 아니라 긴밀한 협력 관계 속에서 국정을 성공시키고 정치적인 복원력을 갖고 대야 관계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했다.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통화에서 “후보들 간에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 같다”며 “신임 당대표는 당내 화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후보들에게 분열적 행위를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다. 서 위원장은 통화에서 “당대표가 누가 되든 대통령과 여당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고, 그러지 않으면 공멸하게 된다”며 “새 당대표는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과 만나 제대로 소통하고,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에게도 역할을 맡겨 당원과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한동훈 대(對)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구도로 치러졌다. 이와 관련, 한 중진 의원은 “누가 이기든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인 친윤계는 새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종료된 당원 투표율은 최종 48.51%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작년 3·8 전당대회 때(55.10%)보다 6.59%포인트 낮은 수치다.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실망한 상당수 당원이 투표를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후보들은 이날도 막판까지 지역을 돌며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나경원 후보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나 후보는 “저는 결선 투표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당대회 이후가 걱정이다. 우리가 하나로 통합하지 않으면 야당의 무도한 폭거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대구에서 동화사와 서문시장을 찾았다. 원 후보는 “내부 검증을 피하면 외부 검증은 잔혹할 정도의 공세가 가해질 것”이라며 “내부 검증은 아프고 서로 피해가고 싶지만 당내 검증을 거쳐야 외부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서 ‘당무 개입’ ‘국정 농단’ ‘댓글 팀’ ‘공소 취소 부탁’ 등의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올지 모른다”며 “우리가 대승적으로 서로 화해하면서 풀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원·윤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을 공개한 한 후보를 겨냥한 자리로 해석됐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경기 포천·가평·이천을 찾아 당원 간담회를 했다. 한 후보는 당원들과 만나 “당정 관계는 여러분을 위한 정치를 하는 과정이자 도구일 뿐”이라며 “그 과정과 도구가 가장 유효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서로 간에 허심탄회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답을 찾는 것이다. 제가 그걸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