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 피해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가 시작된 오전 9시 무렵 이미 바깥 기온은 30도가 넘은 상태였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 7명 모두가 정장 차림에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중 4명은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이들이 정장을 갖춰 입고도 40분가량 회의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에어컨을 아낌없이 틀어놨기 때문이었다.
회의 직후 기자가 회의실 에어컨에 설정된 희망 온도를 확인해보니 19도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정한 공공기관의 여름철 냉방 온도 28도(이상)보다 9도가 낮고, 겨울철 난방 온도 18도(이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부청사 등은 과열에 따른 화재 위험 때문에 개인용 선풍기 반입도 금지하고 있어 요즘 같은 날씨엔 청사 직원들의 애로 사항이 많다고 한다. 실외 노동자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비하면 여당 당사는 완전히 ‘딴세상’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 6명 모두 재킷까지 갖춰 입은 정장 차림이었고, 남성 최고위원 3명 중 2명은 넥타이도 맸다. 회의 직후 찾은 이 회의실은 잠겨 있어 내부 온도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28도 이상이었다면 하기 어려운 옷차림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진 못했다. 회의를 지켜본 일부 당직자는 사석에서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냉골에서 넥타이 매고 폭염 대책을 논의하니 현장형 대책이 나오겠나”라고 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폭염에도 정장을 입은 건 국민에 대한 예의와 품격을 갖추겠다는 선의(善意)의 표현이겠지만, 서민과 폭염 취약층이 진짜 기대하는 건 노타이·노재킷 차림이라도 좋으니 현장의 민생고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달라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