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고문들은 당 운영과 인사, 당정 관계 등에 관해 조언하면서 쓴소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30명 가운데 18명이 참석했다.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76) 전 국회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당이 굉장히 어렵다. 우리의 ‘한다르크(한동훈+잔다르크)’가 돼달라”며 “당이 외연도 확장하고 젊은 정치인들을 전면에 내세워 과감히 혁신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인사말에서 “쓴소리를 비롯해 저희에게 꼭 필요한 말씀을 기탄없이 해달라”고 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상임고문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유흥수(87) 전 주일 대사는 “한 대표의 머리는 검증됐지만, 가슴으로 정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머리가 똑똑하다고 한들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서는 가슴으로 다가가고, 가슴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당대표가 말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지면서 이기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당정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표가 “어제 고위 당정 협의를 했다”고 하자 신경식(86) 전 의원은 “VIP(대통령)를 만나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총재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만나 차 마시며 싸웠다. 김 총재가 화가 나서 상도동 집으로 돌아와 ‘노태우를 가만히 안 두겠다’고도 했지만 매주 만나니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분도 생겨났다”고 했다고 한다.
당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윤성(80) 전 의원은 “우리 때는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어떻게 논평을 내고 언론을 상대할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당 전체가 너무 게으르다”며 “선거에 이기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란 생각마저 든다. 집단 게으름과 나태주의를 꼭 극복해 달라”고 했다. 권철현(77) 전 주일 대사는 “고시, 관료 출신이 당 지도부에 너무 많다”며 “인사에서 내 사람을 꽂더라도 납득 가능하고 합리적인 사람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상임고문들의 발언이 끝나자 “어렵고 힘든 과제가 아무리 몰아쳐 와도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 많이 지지하고 밀어달라”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