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원서접수가 시작된 22일 서울 시내 한 의대 입시 학원 모습./뉴시스

국민의힘이 ‘의정 갈등 사태’ 해소를 위해 정부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를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의대 증원과 관련한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계기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 3113명(2024학년도)에서 1497명 더 확대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유지하되, 그 이듬해 모집 정원은 증원을 보류하자’는 제안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올해 유급될 가능성이 큰 의대 1학년 3000명 정도에 2025학년도 신입생 4610명을 합하면 한 학년이 7500명이 넘는 만큼 이듬해에 또 4000명 넘는 신입생을 뽑으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대폭 늘어난 의대생 교육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2026년도 신입생은 원래 수준인 3000여 명을 뽑고, 2027학년도에는 사태 수습 후 다시 협의해 정원을 조정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날 한동훈 대표는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의료 사태로 인한 불편이 가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계 당국이 저희와 함께 철저히 대응책을 마련해보자”고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의 제안은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오전에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에서 인요한 최고위원은 “아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안’들을 지금 논의 중”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 방안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26일 국민의힘 제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대 정원 조정 문제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여러 가지 경로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지만 정부의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의료 공백 사태를 두고 당정 간에 온도 차가 있는 것 같다”며 “당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큰데, 정부는 덜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에서 타협점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안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부터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전국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만여 명이 병원을 집단 이탈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안 백지화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1명도 못 줄인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인한 대형 병원의 수술·입원이 반 토막 나고, 의대생들도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면서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지난 4월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40개 의대가 내년에 한해 배정된 증원 인원보다 적게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내년도 의대 증원분은 1497명이다.

의료계 반응이 싸늘하자, 정부는 또 한번 물러섰다.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통일안’이라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 고2가 입시를 치르는 2026학년도 입시부터는 의대 증원 숫자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1만여 명의 이탈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던 40개 의대 소속 88개 대학병원의 교수들도 “일방적인 의대 증원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집단 사직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의료 파행은 점차 커져 갔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달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했다. 의료계가 대화에만 참여하면 2026학년도부터 증원 규모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전제 조건을 모두 포기한 것이다. 다만 증원 보류는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탈 전공의 1만여 명은 복귀하지 않고 사직한 상태다.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했지만 복귀율은 1.4%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