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박탈은 부당” 2년 전 회견 당시 李 - 검찰이 최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무고 혐의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의혹 제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 의원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성 접대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리면서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사진은 2022년 8월 13일 이 대표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대표직 박탈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고발당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국민의힘 당대표로 재임하다가 2021년 말 제기된 성 접대 의혹에서 비롯된 이 의원 관련 사법 리스크가 모두 해소됐다. 친윤계는 2022년 3·9 대선과 6·1 전국 동시 지방선거 승리 이후 성 접대 의혹을 문제 삼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징계에 나섰고 결국 이 의원은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2년여간 진행된 검찰·경찰 수사에도 입증된 혐의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 성 접대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대통령 세력과 당대표 세력의 정치 투쟁의 산물이었다”는 평과 함께 “남은 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한 다수연합의 붕괴뿐”이란 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물러난 뒤 친윤계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재편하며 정국을 주도했지만 지난 4월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나타났듯 권력 기반만 갉아먹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의원 관련 성 접대 의혹은 2021년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 의원이 2013~2015년 사업가 김성진씨로부터 성 접대와 금품, 향응 등을 받고 그 대가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김씨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주장이었다. 가세연 등이 2022년 1월 이 의원을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그해 9월 ‘성매매’와 ‘알선 수재’ 혐의는 공소 시효가 지나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그래픽=이철원

하지만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후 이 의원이 측근인 김철근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현 개혁신당 사무총장)을 시켜 제보자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며 이 의원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또한 이 의원이 성 접대 의혹을 제기한 가세연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씨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가 이 의원을 무고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 의원은 총 4건의 형사 사건에 휘말렸다. 이후 경찰은 2022년 10월 이 의원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자기가 연루된 형사 사건에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증거인멸 교사 법리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불송치했고, 무고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에 송치했다.

이 의원을 둘러싼 형사 사건 수사와는 별개로 국민의힘에선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결국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7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고, 이 의원은 당대표직을 내놓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겨냥해 5차례에 걸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여권은 두 달 동안 내분에 휘말렸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의석 구도에서 출발한 윤 대통령의 집권 초반 국정 동력에도 타격이 됐다.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승리를 이끈 이른바 ‘세대 연합’ 구도에 균열이 왔다. 실제로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하락했는데, 이 의원을 지지한 20·30대 남성이 대거 이탈하며 외연이 위축된 게 한 원인이란 분석이 많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자기가 앉아 있는 의자 다리를 톱으로 스스로 자른 격”이라고 했다. 이 의원 징계와 다른 악재가 섞여 취임 두 달 만에 40% 아래로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은 채 20~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 의원은 결국 작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개혁신당을 창당해 지난 4·10 총선 때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는 풀지 못했다. 그런 이 의원은 자기 관련 형사 사건 4건 중 마지막으로 남은 ‘무고’ 사건을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털어내게 됐다. 검찰은 성 접대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씨와 다수의 사건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이 의원도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 성 접대 의혹으로 불거진 일련의 사태는 윤 대통령과 이 의원의 불편한 관계에서 촉발됐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는데, 당시 당대표였던 이 의원은 호남 방문 일정으로 자기가 당을 비운 사이에 윤 대통령이 사전 통보 없이 입당식을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이 의원과 친윤계는 경선 룰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래픽=이철원

2021년 11월 5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양측은 캠페인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 측은 반(反)문재인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이른바 ‘반문 빅텐트’ 전략을 추구했지만, 이 의원은 국민의힘 핵심 지지 기반인 60대 이상에 자기 지지층인 20·30대 남성을 연합한 이른바 ‘세대 포위론’ 전략을 주장하며 반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대선 캠페인 기간에 두 차례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의원을 찾아가 포옹하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둘의 앙금은 해소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 측이 30대 0선이라고 당대표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 의원의 불만과 ‘이 의원이 대선 후보의 권위를 무시하며 자기 정치를 한다’는 윤 대통령 측의 의심이 끝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선 승리를 이끈 다수연합이 깨진 셈”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검찰의 이번 무혐의 처분 이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 당대표가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자기들을 정치적 승리로 이끈 무장을 스스로 해제하며 어느 쪽도 승자로 볼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