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도자들 곁엔 늘 반려동물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 모두 반려견을 길렀다.

‘애견인’ 이승만

그중 이승만 전 대통령은 지금으로 치면 ‘애견인’이었다. 그는 스패니얼 강아지 여러 마리를 키웠는데, 이들에겐 ‘해피’ ‘스마티’ ‘그리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식이 없던 그에게 이 강아지들은 자식과 같았다. 특히 해피와 스마티는 이승만을 잘 따랐다고 한다. 이승만이 나갔다 돌아올 때면 자동차 소리만 듣고도 쫓아 나갔다.

6·25 전쟁이 발발해 서울이 위태롭게 되자 이승만은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이들 강아지는 경무대에 방치됐다. 유엔군의 서울 수복으로 이승만 내외가 서울로 돌아와 경무대로 귀환한 지 사흘 뒤 해피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은 미국 하와이로 망명을 갔다. 이때 해피를 데리고 가지 못했지만, 측근의 도움으로 해피는 몰래 하와이로 옮겨졌다.

DJ의 풍산개, 남북 평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00년 북한 김정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선물 받았다. 당시 이름은 ‘단결’과 ‘자주’였는데, 그는 ‘우리’와 ‘두리’로 이름을 바꿨다. 둘은 그해 11월까지 청와대에서 관리하다가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에 따라 서울대공원 내 어린이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3대에 걸쳐 새끼 여러 마리를 남긴 우리와 두리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英 여왕 신혼여행 따라간 웰시코기

반려동물 사랑은 해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은 반려견으로 웰시코기를 키웠다. 웰시코기는 여우를 닮은 외모에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웨일스산 개다.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이 1936년 2월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런던 하이드 파크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영국 왕실 견공들은 엘리자베스 2세의 어머니가 확립한 엄격한 수칙에 따라 사육된다. 저마다 자기 몫의 바구니에 들어가 생활해야 하며 전용 사료와 함께 토끼고기와 쇠고기 등이 섞인 먹이가 제공된다. 여왕의 웰시코기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 출연)가 여왕을 호위하는 장면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2세는 1933년 아버지 조지 6세에게 선물 받은 ‘두키’를 시작으로 평생 30여 마리의 웰시코기를 키웠다. 18세 생일 선물로 받은 ‘수잔’은 여왕의 신혼여행에 동행하기도 했다.

케네디의 애마 ‘마카로니’

지금껏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인물은 총 46명이다. 이 중 4명을 제외하면 모두 반려동물을 들였다. 반려동물의 절대다수는 개였는데,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개를 키우는 미국에서 대통령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또 한편으론 유권자에게 다정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4명 중 1명이다. 트럼프는 과거 “개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조랑말 ‘마카로니’를 퍼스트 펫으로 키웠다. 1962년 9월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이 마카로니를 타고 찍은 사진이 주간지 《피플》 표지로 사용되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무명가수였던 닐 다이아몬드는 《피플》 표지를 보고 ‘스위트 캐럴라인’이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케네디 전 대통령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잉꼬와 카나리아, 강아지까지 수많은 반려동물을 곁에 뒀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챔프’가 세상을 떠났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3년간 우리의 변함없고 소중한 동반자였다”며 “가장 즐거운 순간과 가장 슬펐던 날에 우리와 함께하며 교감했던 다정하고 착한 소년, 우리는 그를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셰퍼드 종인 ‘메이저’를 키우고 있다. 메이저는 유기견으로 보호소 생활을 하다 지난 2018년 바이든 대통령에게 입양됐다.

‘21세기 차르’ 푸틴, 반려견엔 약해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코니’에겐 한없이 약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나갈 때에 코니를 데려가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5세 나이로 사망했다. 코니란 이름의 뜻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는데, 푸틴이 자신과 사이가 나빴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때 반려견 코니를 데려갔다. 사진=AP 뉴시스

푸틴은 지난 2007년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 때 코니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 과거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적 있던 메르켈 총리는 회담 내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푸틴이 개를 무서워하는 메르켈을 겁주려고 일부러 코니를 데려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푸틴은 이 일로부터 무려 9년이 지난 뒤에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르켈에게 사과했다.

히틀러의 개 사랑, 마오쩌둥의 개 혐오

히틀러는 수많은 유대인을 죽였지만, 자신의 개만큼은 끔찍이 사랑했다. ‘블론디’라는 이름의 독일산 셰퍼드였다. 지하 벙커에서 지내는 동안 히틀러는 매일 밤 블론디와 함께 잠을 잤다. 그러나 블론디의 말로는 비참했다. 연합군이 독일로 진격해 오자 히틀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자살 직전 히틀러는 블론디에게 청산가리를 먹였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개를 몹시 싫어했다. 개를 키우는 것은 타락한 부르주아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모조리 죽이라고까지 지시했다.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문화혁명기까지 중국에서 애완동물은 일종의 금기 대상이었다. 반면 시진핑 현 국가 주석은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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