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7·23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좌파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 한동훈 당시 후보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 등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할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10일 ‘서울의소리’의 이명수씨와 통화하면서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비 70억원을 들여 총선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기 대선을 위한 조사도 두 차례 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 이틀 뒤 ‘서울의소리’는 홈페이지에 한 후보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올렸다.

국민의힘의 총선 여론조사는 여의도연구원이 담당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총선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에 쓴 돈은 70억원이 아니라 18억원 정도였다. 이 가운데 김 전 행정관이 ‘한동훈 대선 준비용’이라고 한 여론조사는 ‘2030 정치의식 조사’였는데 150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분석을 위해 발족했던 백서특위가 확보한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백서특위 측이 지난 5월 23일 여의도연구원을 조사하면서 받은 진술이나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다음, 그 내용이 왜곡돼 한 대표 공격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 과정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에는 조정훈 의원뿐 아니라 당시 백서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정인성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상규 위원장은 지난 6월 25일 7·23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위해 백서특위 위원직을 중도 사퇴했고 이후 각종 유튜브에 출연해 ‘한동훈 대선용 이미지 조사’ 의혹을 수차례 제기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주의나 경고 등 백서특위 차원의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5월 23일 이 위원장 등은 백서특위 위원 자격으로 여의도연구원을 방문해 총선 때 시행한 모든 여론조사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이후 일부 자료가 외부 인사들에게도 공유된 정황이 있어 이 위원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당무감사실에 의뢰해 본격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백서특위에서 이상규 위원장과 함께 지난 5월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들을 면담했던 전직 경기 지역 시의원 이모씨 등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훈 의원에 대해서는 특위 위원장으로서 기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했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조 의원은) 특위 회의 때마다 위원들에게 보안에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며 “사퇴한 위원의 외부 발언에 대해서는 조치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김대남 전 행정관이 이상규 위원장이 유튜브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서울의소리 이명수씨에게 보도를 사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소리가 최근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이 이명수씨에게 ‘한동훈 이미지 조사’를 기사화해 달라고 요청한 시점은 지난 7월 10일이다. 그런데 이상규 위원장은 그보다 앞선 7월 2일 친윤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여의도연구원이 한동훈 이미지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유튜브 방송 발언은 당시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퍼진 것으로, 김 전 행정관 배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이 거론한 ‘70억’이나 ‘2회 조사’ 등은 이상규 위원장이 하지 않은 말”이라며 “배후 규명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