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입장은 선거 후에도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오는 10월 16일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된 조전혁 후보는 “망국적 교육감 선거를 끝내야 한다”며 “마지막 선출직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전혁 후보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2008년 7월 첫 직선제 서울교육감 선출 직후,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조희연 전 교육감까지 연거푸 중도사퇴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역시 조희연 전 교육감이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자연히 막대한 선거비용은 물론 교육이 선거바람에 휘둘린다는 등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를 통해 지난 10년간 진보좌파 진영이 쥐락펴락한 수도 서울의 교육을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보수진영은 지난 세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번번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해 진보진영에 교육감 자리를 내어준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10년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 시절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로 ‘전교조 저격수’란 별명을 얻은 조전혁 후보도 2022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불발돼 교육감 3선(選)에 성공한 조희연 전 교육감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박선영 전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고,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보수진영 단일대오가 갖춰졌다.
이에 맞서 진보진영에서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지낸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운 상태다.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선거캠프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조전혁 후보는 “진보진영 교육감의 귀책사유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서울시민들이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다”면서 교육정책과 관련한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다. "사교육과 관련한 묘책이 있느냐고 많이 묻는데 솔직히 없다. 묘책이 있다면 두 가지 중 하나다. 신(神)적인 존재이거나 사기꾼 둘 중 하나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묘책이 없는 것이 맞다. 경제학자로서 이론적·역사적으로 봤을 때 정규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시장에서 자원이 배분된다. 우리나라 교육이 딱 그 모양이다. 학교 교육이 정규시장이라고 하면, 사교육은 암시장이다. 학교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암시장인 사교육에서 교육자원의 배분이 이뤄진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직접 겨냥하면 결국 풍선효과만 불러온다. 학교가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부작용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처방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 공교육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교육은 경쟁을 하지만 학교 교육은 경쟁을 안 한다.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온다. 학생·학부모는 극도의 경쟁을 하는데, 학교와 교사는 경쟁을 안 한다. 자연히 학교와 교사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교육감은 공교육의 질(質)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교육감이 된다면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적 요소에 대한 질 관리를 제대로 할 것이다. 물론 교육감 혼자서 할 수는 없고, 학부모와 시민들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교육감이 정치적 자리가 아니라지만 정치력이 필요하다."
- 학부모들의 불만 중 하나는 자녀들의 학력수준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해야 평가가 가능하고, 평가해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험이 됐든 테스트가 됐든 뭔가가 필요하다. 시험을 영어로 하면 '테스트'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다. '시험' 하면 좌파들은 '일제고사'를 뜻한다고 하고, '테스트' 하면 학원에서 하는 '레벨 테스트'로 취급한다. 학습이나 교육 측면에서 시험이든 테스트든 다양한 각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학업성취도 평가도 지금은 '표집(샘플)평가'를 하는데, 문재인 정권 이전만 해도 전수평가를 했다. 나는 서울교육청만이라도 전수평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교권이 추락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최초 도입한 곳이 경기도다. 경기도 김상곤 전 교육감이 최초 도입하고 1년 뒤 서울이 도입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미국 뉴욕의 '학생권리장전(Student Bill of Rights)'을 전범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데 미국의 학생권리장전과 한국의 학생인권조례는 완전히 다르다. 학생인권조례는 권리만 잔뜩 서술하고, 권리를 침해당할 경우 구제절차만 늘어 놓았다. 학생들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고발하면 교사들은 곤욕을 치른다. 반면 미국의 학생권리장전은 학생들도 헌법에서 부여한 헌법적 자유를 가진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의무와 책무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기술한다."
- 양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가령 미국의 학생권리장전은 '학생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면서도 '타인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학생으로서 바람직한 복장을 유지한다' '유인물을 나눠 줄 수 있되 유인물은 학교장의 사전허가를 받는다'는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랬다면 아마 사전검열이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권리나 자유는 누가 안 가르쳐도 스스로 찾는다. 의무와 책무는 학교생활을 통해 규칙과 규범을 지키며 스스로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라난 아이들이 민주공화국의 공화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 만들기, 교양시민 만들기다. 나는 당선되면 학생인권조례를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바꿀 생각이다."
- 학생인권조례를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대체하는 데 따른 저항은 없을까. "학생인권조례는 비교육적이고 반교육적일뿐더러 교육파괴적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휴대폰 들고 난리치고, 소리지르며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들은 무력하다. 교실이 붕괴되고 수업이 붕괴된다. 아이들의 권리 중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줘야 할 권리가 학습권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학습권은 현대사회에서 생존권적 기본권이다. 지식사회에서 필요한 최소 수준 이상의 학습을 받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 생존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받는 것이 바로 교육파괴적이란 것이다."
- 영어로 인한 교육 격차가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교육을 법으로 막는데, 이런 것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안 된다. 풍선효과가 있다. 학교에서 못하게 하니 사교육으로 간다. 전 세계 좌파들의 문제는 인간의 욕망을 제도로 억누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조희연·조국 같은 사람들을 봐라. 자사고, 특목고 없앤다고 하고 자기 자녀들은 정작 보냈다. 나는 미술 하는 두 딸 모두 일반고로 보냈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영어교육 역시 강화는 아니지만 허용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외국어가 문제가 안 된다. AI(인공지능)가 몇 년 안에 대체할 것이다."
- 교육현장에 여교사 비중이 압도적이다. "요즘 '남자다움' '여자다움' 이런 얘기를 하면 극단적인 '젠더운동가'들이 난리를 친다.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들, 딸 키워 보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구별된다는 것이지 차별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性)에 따른 롤모델을 균형 있게 못 배우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 학교폭력은 어떻게 대처하나. "결국 인성교육 문제다. 집에서 망가진 인성교육이 학교만 가지고 되느냐. 반드시 가정교육과 연계해야 한다. 교육감 후보 슬로건으로 '체(體)인(仁)지(智)'를 내걸었다. 요즘 아이들은 방에 틀어박혀 게임하고 소셜미디어(SNS)를 많이 하는데, 야외활동, 체육활동 강화에 예산을 많이 투입하겠다. 음악이나 예술교육도 강화하겠다. 도덕과 관련한 사이버예절 문화교육도 필요하다. 종교교육도 중요한 축(軸)이다. 내가 비록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의 '선(禪)명상' 같은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도입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종교계와 협조해서 진행하면 학교 교육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입과 관련해 '지역쿼터제' 도입을 주장했다. "한은 총재가 왜 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 동부(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배웠는데, 동부 출신 경제학자들은 국가개입을 좋아한다. 서울 강남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의 교육환경이 더 좋아지도록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맞다."
- 남아도는 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생 등으로 돌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자원이 한정됐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교원들의 반발은 없겠나. "교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필요하면 설득할 것이다. 모든 자원을 교육에 쓰면 교원들은 좋아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크게 생각해야 한다."
- 또 교육감 재보궐선거다. 교육감 선거를 어떻게 보나. "바꿔야 한다. 나는 과거부터 교육감 선거는 망국적 선거라고 생각해 왔다."
- 망국적 선거에 왜 출마했나. "어쩔 수 없었다. 교육감 선거는 폐지해야 한다. 러닝메이트 얘기도 나오는데 정답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것이 맞는다. 우리보다 민주주의나 지방자치를 더 오래한 많은 나라에서 교육감을 임명한다. 지방자치를 왜 하는가? 우리 동네를 살기 좋게 하기 위해서다. 살기 좋은 동네는 어떤 곳이냐. 첫째는 '치안', 둘째는 '교육'이다. 지자체장의 가장 중요한 두 기능이 치안과 교육인데, 교육을 떼어내면 부작용이 생긴다."
- 교육감에 당선돼도 임명제로 바꿀 용의가 있나. "나라를 위해서다. 국회의원 했을 때도 교육감 선거는 망국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교육감이 돼도 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선출직으로 뽑는 마지막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 '전교조 저격수'로서 향후 전교조와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전교조를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입장은 그 사람들 자유다. 중요한 것은 당신들의 이념과 사상을 폐쇄된 공간인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세뇌교육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건 내가 참지 않는다. 과거 이 사람들이 이념 세뇌교육을 해도 법 체계 내에서 제대로 벌주거나 패널티를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 보수우파 후보로 평가받는데 대통령실과 여권 지지가 바닥이다. “불리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첫째로 이번 선거는 진보좌파 진영의 귀책사유로 인해 만들어진 보궐선거란 점을 서울시민들이 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 둘째는 지방교육행정과 관련한 선거로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 대통령 문제를 선거이슈로 삼아선 안 된다. 혼란선동 전술에 유권자들이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속으면 지난 10년간 서울 교육이 망가진 것처럼 또 10년간 교육이 망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