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를 앞둔 6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부산 금정구 남산성당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며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5~6일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했다. 여권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선거전을 ‘정권 심판론’으로 끌고 가자, 한 대표는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직접 방어에 나선 것이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 방문 이틀째인 6일 인근 성당과 교회를 차례로 찾아 주민들에게 인사하면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한 대표는 “중앙의 정쟁을 끌어들이는 선거가 아니고 금정을 위해서 누가 일할 수 있는지, 누가 실천할 수 있는지 정하는 선거”라며 “윤일현 후보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 차량 이동 유세에서도 “제가 여기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막 나가는 행태를 마구 비판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선거는 그런 선거가 아니다”라며 “바로 여기 모이신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선거다. 우리는 그 이야기만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에서도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다 보니 선거전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도 토박이 출신 여당 후보를 지역 일꾼으로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동남아 3국 순방차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 배웅에는 부산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한 대표는 당초 5일 하루만 부산을 찾으려 계획했으나, 방문 이틀 전 1박 2일 일정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측 인사는 “선거 판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일정을 늘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부산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한 대표는 오는 9일에도 금정구에서 현장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재·보궐선거에서 여권 우세 지역인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패배하면, 한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부산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이후에는 친한계 의원 20여 명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한 대표 취임 후 친한계 의원들이 처음으로 모인 이 자리에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정국 위기에 대한 상황 인식이 공유됐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공세를 강화할 것 같다”며 “우리도 총력 대응에 나서자.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해달라”고 했다.

한 참석자가 ‘김 여사 관련한 의혹이 뭐가 더 나올지 몰라 걱정된다’고 하자, 한 대표는 “국정감사 기간에 야권이 제기하는 의혹을 조금 더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원내와 소통을 더 많이 해달라’는 한 초선 의원의 요청에는 “죄송합니다.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만찬에는 계파색이 옅은 김재섭 의원도 초대를 받고 참석했다. 김 의원은 “한 대표의 정치적 방향이 맞다고 하면 힘을 실을 것이고, 민심과 괴리되면 비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7일에는 ‘원외 당협위원장 연수’ 참석자들과 점심을 같이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원내·외에서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선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