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민에 지지 호소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후 인천 강화군 온수리에서 선거 차량에 올라타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자당 박용철 후보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한 대표의 이 발언을 두고 친한계 인사들은 “김 여사가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진영 전체가 살기 위해 김 여사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한 대표의 고육지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여론 재판하자는 것이냐” “야당의 탄핵 공세에 문을 열어주자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 대표는 이날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강화를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 같다’는 기자들 물음에 “검찰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의 측근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이 지난 8일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공개 언급한 것과 맞물리면서, ‘김 여사 기소 불가피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온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이철원

한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겨냥한 야당의 특검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고민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두 차례 일방 처리했다가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가로막히자 지난 8일 상설 특검을 발의하고 나온 것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김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 때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최소 4표 나왔다.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8표 이상 나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무력화된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한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 야당의 특검 공세에 여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는 물론 친윤계 일각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을 막을 명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대표 측 인사는 “만약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 김 여사 특검을 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명분이 커질 것”이라며 “그러면 국민의힘에서 더 많은 이탈 표가 나와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디올백 수수 사건 때처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친윤계에선 반발 기류가 흘렀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 대표를 향해 “수사가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지, 국민 눈높이에 맞추라는 식은 법무부 장관까지 했던 사람의 발언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김 여사에 대한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이 법무 장관하는 동안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지, 여론에 춤추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오는 16일 열리는 재·보선 이후 독대하기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한 대표가 연이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듯한 언급을 내놓자 여권에서는 “양측의 긴장이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날 한 대표는 여권 일각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여론과 관련해 “저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는 독대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발언을 계속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도 김 여사 활동 자제 필요성과 관련해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 그것을 지키면 된다”고 했다. 김 여사가 지난 대선을 두 달여 앞둔 2021년 12월 26일 이른바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발언을 거론한 것이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김 여사를 공격하거나 비난한 게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필요하고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