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1일 회동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獨對)를 요청한 지 한 달 만에 성사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18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일정을 공개하면서 ‘독대’ 대신 ‘면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윤·한 회동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한 대표가 애초 요청한 독대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자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중하순 대통령실에 두 차례 윤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했다. 의정(醫政) 갈등이 장기화하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이 증폭되며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윤 대통령을 독대해 정국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한 대표 측 인사는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문제를 배석자가 있는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자 독대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검사 시절부터 연을 맺어온 윤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려 독대를 거듭 요청했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 입장에서 윤 대통령이 그간 오해한 게 있다면 흉금을 터놓고 풀려는 의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4일 한 대표의 두 번째 독대 요청 이후에도 수용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다가 지난 9일 “10·16 재·보선 이후 독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회동으로 만남의 형식이 바뀌자 여러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이후 독대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누군가와 면담할 때 비서실장이나 관련 수석이 배석하는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7월 30일 대통령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했는데 당시에도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독대에서 오간 대화가 사실과 다르게 외부에 알려질 경우 대통령실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 주변에선 “한 대표는 배석자 유무에 상관없이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