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회동은 오후 4시 54분부터 80분간 ‘차담(茶談)’으로 진행됐다. 애초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대통령이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 장관 면담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늦어졌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노타이 정장 차림이었다. 회동에 앞서 두 사람은 10여 분간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파인그라스)을 거닐며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이날 경찰의날 행사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현양(顯揚)된 고(故) 이재현 경장 등을 언급하며 “경찰 영웅은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산책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등 일부 대통령실 참모도 함께했다.
이후 실내에서 진행된 면담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정 실장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직사각형 형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고, 정 실장이 한 대표 왼쪽에 자리했다. 한 대표 자리가 대통령 정면이 아닌 점, 대통령 참모인 정 실장이 한 대표와 나란히 앉은 것을 두고 친한계에서는 “집권당 대표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 자리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대표 앞에는 제로콜라가 놓여 있었다.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전달할 의제들을 빨간색 파일에 별도로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9장의 회동 사진을 보면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악수할 때는 웃음을 띠고 있지만,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는 표정이 굳어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회동은 지난 7월 30일 비공개로 만난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이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7월 24일과 9월 24일에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여러 명이 함께한 자리여서 두 사람만의 밀도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만찬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과 현안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보름 만인 지난 9일 회동 요청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