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4일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해서 미루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친인척 등을 관리·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나오는 내달 15일 전에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다. 그러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이후 관련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친윤계와 친한계가 다음 달 1일 국감(國監) 종료 이후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를 두고 의원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 조건이라는 지금까지의 입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가 어렵다”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다시 말씀드린다.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자”고 했다. 한 대표는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는 ‘원내(院內)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자, 한 대표가 당 대표의 당무 권한 행사 범위를 ‘원내·외 통할’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회의장을 찾아 자당 김은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를 진행한 상임위원회 회의장 9곳을 방문해 여야 의원과 보좌진을 격려했다. /뉴스1

한·추 두 사람이 의견 대립을 빚자, 친한계 의원 11명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한 대표 제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관 도입을 혹시 반대하십니까”라고 추 원내대표에게 물었다. 배 의원은 친한계 의원들의 이어진 의원총회 소집 요구에 추 원내대표가 답을 하지 않자 “원내대표님, 의원 단톡방 안 보십니까”라고 답변을 거듭 요구했다. 결국 추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8시쯤 대화방에서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감이 끝나는 내달 초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관계없이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논의할 전망이다.

친한·친윤계에선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세(勢) 결집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와 관련해 입장 차를 확인한 후 22일 친한계 의원 20여 명을 긴급 소집해 저녁을 함께 했다. 한 대표는 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등 상임위 9개의 국정감사장을 돌며 의원들을 격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원내’ 문제도 당대표가 통할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대표는 25일엔 대구를 찾아 시민·당원들을 상대로 강연도 한다.

반면 친윤계에선 “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구하는 것은 당 정체성의 문제”라며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태세다. 일부 친윤계 의원은 이날 친한계 의원들에게 연락해 “한 대표 생각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마치 가벼운 사안인 것처럼 하면 안 된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돼 있고,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연계 문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친한계는 20여 명, 친윤계는 3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0여 명은 ‘관망파’로 분류된다. 표 대결로 갈 경우 친한·친윤 사이에서 관망해 온 의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표 대결로 가면 당이 깨진다”는 우려와 함께 양측이 결국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선의 권영세 의원은 “내용이 아무리 옳더라도 계파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정책 사안을 두고 의원총회에서 무기명 표결을 한 전례가 없다”며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합의를 이끌어내야지 표결을 불사한다면 당이 분열로 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