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문단 비공개 회동을 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휴일인 3일 국민의힘에서는 시·도지사, 상임고문 등 원로, 영남 의원들까지 나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간 국민의힘에서 명태균씨 논란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리스크 해소를 요구하는 주장은 수도권과 친한계 전·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주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지자 쇄신 요구가 여권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 논란과 관련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쇄신을 둘러싼 여권 내 분란도 예상된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협의회는 가감 없는 국민의 의견을 전해주고자 한다”고 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는 “패권 싸움으로 비치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등은 그동안 대통령보다는 한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 이들이 이번엔 대통령을 향해서도 소통·쇄신을 주문한 것은 민심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느끼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국민의힘 상임고문단도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여 2시간여 동안 정국 타개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당이 힘을 합쳐서 구국의 노력을 해달라”며 “대통령은 취임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한동훈 대표에 대해서는 “당내 화합과 대야 투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영남 지역 의원들도 이날 언론 통화 등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4선의 김태호(경남 양산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고 어떤 길이 나라에 도움이 될지 고민하겠다’ ‘국민의 뜻과 다른 결론이나 국정 운영은 있을 수도 없다’는 정도의 메시지부터 먼저 내고 추후 인사 문제를 포함한 해법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지금은 국민 앞에 변명하지 말고 솔직해야 한다”고 했다.

3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여 정국 타개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 소통'과 '국정 쇄신'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당정 일체와 단합'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 영남 의원들도 당정 쇄신을 주문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 국민의 힘 시·도지사협의회장 유정복 인천시장, 경남 지역 4선 김태호 의원. /뉴스1

재선의 김승수(대구 북을) 의원은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 요구에 부응해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윤 대통령 지지율이 18%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이 지역은 대통령 배우자 역할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이기 때문에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재선의 최형두(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은 “더 늦어지면 큰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며 “김 여사가 지금까지 누적된 오해와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애(재선·부산 해운대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해법을 제시해야 국민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당정 관계도 결속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기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헌법·법률에 위배되는 중대한 실책이 없는데도 여론이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면 전환용 인사나 조치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활동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외 활동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외교 행사 등에는 참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책 역량을 집중해서 본연에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과 여론을 내세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데 대해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