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 남북연결도로 일대 북측으로 약 11m 높이의 토성을 쌓은 모습. 토성 아래 콘크리트는 전차의 기동을 차단하기 위해 3m 깊이로 판 ‘대전차구’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이 지난달 15일 폭파한 경의·동해선 남북연결도로에 3~5m 깊이 전차 방어용 콘크리트 구덩이를 파고 약 3층 높이(11m)의 토성(土城)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분계선에서 수십m 떨어진 지점에 일종의 해자(垓子)와 성벽(城壁)을 만든 것이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해 “북한이 ‘적대적 2국가‘ 방침에 따라 남북 연결 완전 차단 조치를 완성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했다. 군사적 효용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도로에 다수의 병력과 중장비를 투입하여 지난 2일까지 작업을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합참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군은 기존 도로와 철도를 폭파시킨 지점 북측으로 동서로 120m(경의선)와 160m(동해선) , 남북으로 10m, 깊이 3~5m의 대전차구(전차의 기동을 차단하기 위해 판 구덩이)를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10m가량의 구덩이 폭은 우리 군 주력 K-2 전차가 딱 빠질 정도의 규모다. 북한은 대전차구 바로 뒤에는 흙을 쌓아 최대 높이 11m의 흙언덕을 만들었다. 흙언덕은 동서로 120m(경의선)·180m(동해선), 남북으로는 50m가량으로 분석됐다.

그래픽=김성규

북한군은 지난 2일 관련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현재 두 장소 주변에 작업 병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은 폭파 이후 경의선과 동해선에 하루에 300~400명씩의 인력과 굴삭기 등 중장비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군에서는 이 같은 북한의 작업이 군사적 의미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유사시 흙언덕을 밀어 단시간에 앞쪽 대전차구를 메워버려 남침루트를 만들수 있고, 우리 측도 유사시 다리 역할을 하는 교량전차를 이용하거나 해당 장애물 우회 기동을 통해 전차를 통한 북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는 전쟁 장애물이 아니고 군사적 효용성도 없다”며 “그보다는 남북 연결을 완전히 끊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커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동해선에 만든 흙언덕 위에 지난 1일 인공기를 꽂고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우리 군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인공기 게양은 북한이 이곳이 자기 땅임을 보여주기 위한 쇼로 해석된다”며 “사진 촬영 이후 당일에 인공기를 철거해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경의선에서는 인공기 게양 등은 없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 파병과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 내부 체제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위한 조치로 평가한다”며 “언제든 남측이 쳐들어올 수 있다면서 전방 부대가 대비 태세를 확립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구덩이와 흙언덕에 감시초소나 총안구 등의 시설물을 만드는 정황은 현시점에서 없다고 한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앞서 남북 단절 조치와 함께 ‘요새화’를 주장했는데 이는 병력과 장비를 요소요소에 배치하겠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경의·동해선 개통과 함께 전방 배치 부대를 일부 철수시켰는데 이 부대들이 전방으로 다시 배치될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 북측 구간 일부를 TNT로 폭파시켰다. 현재 육로로 남북 이동이 가능한 루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아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 장벽화 공사에 올해에만 우리 돈으로 720억원을 투입할 것이고, 향후 군사분계선 전체 장벽화 작업을 위해서는 최대 1조9000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