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왼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뉴시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때 ‘무엇에 대해서 사과했는지 설명해달라’고 한 기자 질문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무례(無禮)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수석은 이날 한 야당 의원이 ‘기자가 (대통령에게) 어떤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한 거냐고 했는데 답을 못했다’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홍 수석은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수석이 무례하다고 지적한 질문을 한 기자는 부산 지역 일간지 소속 대통령실 출입기자다. 그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 때 “대통령님께서는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 드렸다’고, 어떻게 보면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를 하셨습니다.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게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질문했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 기자의 질문 내용이나 태도·말투를 두고 ‘예의 없다’는 지적은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홍 수석은 ‘무례함’이 느껴진 모양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질문 개수, 분야, 시간 제한 없는 ‘무제한 회견’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그런데 질문에 ‘예의’ 잣대를 들이댈 줄은 몰랐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이 불편해할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또 던져야 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허리 숙이며 수차례 사과하고도 “어찌 됐든 사과드린다”고 해 보는 이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가”란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런 당연한 국민적 의구심을 대신 묻는 기자가 예의 없다고 한다면 ‘불편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참모 한 명이 아니라 대통령실 전체의 언론관이 이렇다면 더 큰 문제다. 이럴 거면 굳이 왜 회견을 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