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뉴스1

국민의힘이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한동훈 대표와 그의 가족 명의로 작성된 온라인 당원 게시판 글 전체를 조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비방은 12건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친한계는 “욕설·비방 글 12건 작성자는 모두 ‘한동훈’인데, 한 대표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이기 때문에 한 대표나 그의 가족과 관련해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친윤계는 “의혹의 핵심은 한 대표 측이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서 여론 조작 작업을 했느냐는 것”이라며 당무 감사와 한 대표의 입장 표명 등을 거듭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일부 의원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오는 등 당원 게시판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한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1068건을 전수조사했는데 ‘한동훈’ 이름의 게시글은 161건, 한 대표 가족 이름의 게시글은 907건”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게시글 1068건 가운데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 글은 12건으로 확인됐다”며 “12건 모두 작성자가 ‘한동훈’인데 한 대표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또 한 대표 아내·딸·모친·장인·장모 등과 같은 이름으로 게시된 글 907건 중에는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으로 볼 글이 4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사 사설·기사’가 250건, ‘격려성 글’이 194건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래픽=김하경

이달 초 ‘당원 게시판’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한 대표는 작성자 ‘한동훈’은 자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작성된 글 대부분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친한계 주장이다. 친한계 신지호 부총장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작성된 글 중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런 게 아닌데 한 대표 가족이 썼는지를 밝히라는 것은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시켜 달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는 “의혹의 본질은 한 대표 가족 중 한 사람이 다른 가족 명의로 여론 조작 작업을 했느냐는 것”이라며 거듭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개인 정보를 입력한 후 당원 인증을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당원 게시판은 한 대표 가족이 직접 썼거나, 그게 아니라면 정부·여당의 갈등을 노린 악의적인 해킹일 수밖에 없다”며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도 소셜미디어에서 한 대표를 향해 “그래서 가족이 썼다는 건가, 안 썼다는 건가”라고 했다.

비한계인 나경원 의원은 “책임 있는 당대표라면 이 의혹에 대해 물타기 조사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 명의에 대해서 사실을 밝히고 그것이 맞는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될 일인데 왜 수사 기관에서 가족들을 수사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인지도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당 대표의 가족이 사용한 표현이 설령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적절한 것인지도 별개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