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위증도, 교사(敎唆)도 있었지만 위증교사죄는 아니다.’ 지난 11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랬다.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가 위증을 했고, 이 대표가 전화통화로 증언을 요청한 것은 교사행위에 해당하지만, 방어권 차원의 통상적 요청이지 위증 요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시킨 사람은 없지만 김씨는 위증을 했다. 법원은 위증교사 정범으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위증 혐의 유죄를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이 대표 지지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선고를 지켜본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해소되지 못한 궁금증이 남았다. ‘과거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핵심측근으로서 검사 사칭 사건의 고소대리까지 했던 김씨가 왜 이재명 대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위증을 했느냐’는 점이다.

당초 위증교사 사건은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던 중, 김씨가 과거 사용했던 휴대폰에서 이 대표와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때문에 김진성씨의 위증 동기는 위증교사 사건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하우징기술 대표의 백현동 알선수재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유추해볼 수 있다.

김인섭 전 대표는 과거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74억원 알선수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진성씨는 김 전 대표와 함께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김인섭 도와주고 6억 정산 받아

김인섭 전 대표의 백현동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진성씨는 1997년경부터 알게 돼 호형호제하던 김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이권에 개입했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민간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성남알앤디PFV 최대주주)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청탁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김진성씨는 김 전 대표와 정 대표 사이를 중간에서 연결·조율했다. 김씨는 김 전 대표가 다른 알선수재죄 등으로 구속된 2015년 5월 이후에도 김 전 대표를 자주 면회하거나 서신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김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백현동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해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김씨는 김 전 대표 출소 후인 2016년 5월 김 전 대표가 정바울 회장으로부터 양도받는 성남알앤디PFV 지분 25% 중 4%를 약속받았다. 그리고 2023년 3월 약속한 4%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한 11억원 중 6억원을 정산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김진성이 김인섭으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인정하는 액수는 6억원이고, 나머지 액수에 대해서는 김인섭과 김진성 사이에 추가적인 정산이 필요해 보인다’고 명시했다.

김진성씨가 김인섭 전 대표에게 백현동 개발 이권 개입 대가를 약속받고 6억원을 정산받기까지는 7년의 공백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분 대신 현금을 빠르게 지급받기 위해 정바울 회장과 짜고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뒤 소송을 했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9월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2022년 1월 35억원, 2023년 3월 약 39억5000만원을 교부받았고, 2023년 3월 14일까지 김씨에게 6억원을 정산해줬다.

김인섭·김진성 ‘관계성’ 2심 쟁점되나?

그 사이 이재명 대표의 증언 요청(2018년 12월)과 김씨의 위증(2019년 2월)도 이뤄졌다.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2018년 12월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김인섭 전 대표에게 ‘김진성씨가 본인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재판에서 증언을 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김진성씨에게 이 대표의 부탁을 전달했다.

김진성씨는 처음 김인섭 전 대표로부터 이 대표의 부탁을 전달받은 후 검사 사칭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지 묻는 김 전 대표의 질문에 “오래되어서 당시 사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 자신의 증언이 과거 자신이 모시며 존경해 왔던 김 전 시장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죄책감을 느꼈다. 김 전 시장의 지인이나 지지자 등 지역사회에서 제기할 비난 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정됐던 2019년 1월 24일 증인신문기일 당일 심적 부담을 토로하며 불출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씨는 2019년 2월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법정에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재판에 이 대표 측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했다.

다만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 공소장에 ‘(이 대표가) 당시 김병량의 수행비서로 활동한 김진성이 김인섭과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여하는 등 본인의 측근인 김인섭과 친분이 두터웠던 점, 김진성이 경기도지사인 본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용했다’고만 썼다. 김진성씨 증언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 사이에서 ‘위증교사를 수사한 검찰 수사관들이 당시 이 대표와 김 전 대표, 김진성씨, 백현동 개발사업 사이의 관계성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한 전직 검찰 수사관은 “당초 백현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위증교사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검사들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다”며 검찰 측의 전략 실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위증교사 사건에 백현동 사건을 포함시키면 사건이 늘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검찰이 판단했을 때에는 이 대표의 전화통화만으로도 확실한 위증교사라 생각돼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월 28일 대법원은 김인섭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이번 판결이 이재명 대표의 배임 혐의 관련 백현동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향후 위증교사 항소심에서도 백현동 사건을 둘러싼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김인섭 전 대표, 김진성씨의 ‘관계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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