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뉴스1·대통령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이 4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한 수습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과 관련해 한동훈 대표는 ‘탈당’을, 일부 의원은 ‘질서 있는 퇴진’을 촉구했다. 다만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현시점에선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백형선

한 총리와 한 대표·추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후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이동해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된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을 전달했으나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남발하는 탄핵 폭거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한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데 대해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군이 그랬다면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전날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의장과 여야 대표의 행위를 포고령 위반으로 본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을 막지 못한 국무위원 총사퇴, 계엄을 추진하고 실행한 김용현 국방장관 즉각 해임, 국민의힘이 위기를 수습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탈당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어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첫 번째, 두 번째 제안에 대해선 대체로 뜻이 모였다”며 “세 번째 제안(대통령 탈당)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다만 한 대표는 본지에 “윤 대통령 탈당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마당에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탈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사태 수습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등 일정 정도 정국 안정을 가져올 시간을 가진 뒤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여당이 지금 탄핵을 이야기하는 건 정권을 이 대표에게 갖다 바치자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대표도 아직 대통령 탄핵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탄핵은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에 찬성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때는 법적인 요건만 보고 탄핵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잘못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한계 일각에선 “결국 탄핵을 피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대표 측 인사는 “탄핵을 막겠다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계속 방어하다가는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