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는 이번 비상계엄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반대 입장이 분명하게 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3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입장이 모호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중요한 문제에 있어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게 모호함이라고 치부될 순 없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당이 통과시킨 특검 법안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태균씨 관련 의혹’으로 명시했고, 특검 후보는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거부권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보다 수사대상을 대폭 줄이고, 야당에서만 추천하도록 했던 특검 후보도 대법원장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당초 여당에서는 ‘김건희 특검법’만큼은 반대 입장이 명확했지만, ‘당원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한 대표 주변에선 “명태균씨 수사도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재표결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비상계엄령이 나온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김 여사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정권의 발목을 계속해서 잡았다. 디올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뒤이어 명태균 의혹이 연달아 터졌다.

거대 야당뿐만이 아니라 여권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저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다”면서도 “제 처를 악마화시킨 것이 있다”고 했었다. 이로부터 약 한 달여 만인 이날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