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의 정국 대응 방향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탄핵소추 반대 당론’ ‘권성동 원내대표 선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등과 관련해 중진들이 사전에 가닥을 잡으면 그 방향으로 당 방침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한동훈 대표가 사퇴하면서 생긴 여권 내 공백을 중진 의원들이 메우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당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은 회의 후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서는 당의 안정, 화합, 쇄신을 위해서 당을 잘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이런 의견을 오늘 의원총회에서 개진하고, 의원들의 총의를 듣기로 했다”고 전했다.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한동훈 대표 사퇴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하는 5선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있다. 이와 맞물려 중진들이 사전에 ‘원내 비대위원장’으로 뜻을 모으고 의원총회에서 이를 제안해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진 의원들은 지난 12일 의원총회 때는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세우는 데도 앞장섰다. 중진들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중진 회의에서 권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적절하지 않다”며 반발했지만, 경선에서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72명의 찬성표를 받아 친한·비윤계가 지지한 김태호 의원(34표)을 눌렀다. 국민의힘의 4선 이상 의원은 19명이다. 한 중진 의원은 “중진들 중에서 5선의 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중진 회의에서 주로 목소리를 내며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반대’ 당론을 정하고 이를 끝까지 유지한 데도 중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찬성 편에 섰던 중진 의원들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탄핵 때 결과가 너무 혹독했다. 이번에도 무너지면 20년 동안 정권을 잡기 어렵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